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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PG 연구실10

RPG의 본질 = 참여형 구비문학 놀이 TRPG의 본질은 "대화를 통해 인물을 움직이며 이야기를 진행한다"입니다. 플레이에서 전투가 한 번도 안 나올 수도 있고, 주사위 굴림이 한 번도 없는 것도 가능하지만 (정식 룰을 쓰는 경우에도요), 대화와 이야기가 없는 플레이는 없습니다. TRPG는 언어에 기반한 이야기 매체이자 유희인 것이지요. TRPG를 게임이나 즉흥극(소꿉놀이)에 비추어 분석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언어를 매개로 한다는 점에서 TRPG의 문학성도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저는 TRPG를 민담, 괴담과 같은 '구비문학' 장르로 이해해보는 게 어떨까 싶어요. 제가 문학도는 아닌지라, 아래 내용은 저의 제한된 이해에 바탕한 썰임을 밝혀둡니다. 1. 구비문학으로서의 현장성 TRPG 플레이의 큰 특징은 플레이에 같이 참여한 사람만이 느끼고 공.. 2017. 12. 27.
TRPG와 극적 갈등 예전에 Session에 썼던 글인데 옮겨옵니다. RPG에서 극적인 "갈등"은 플레이의 원동력이 되는 요소가 아닐까 합니다. 주인공이 겪는 난관과 고민이 없다면, 무슨 이야기가 재미있을까요. 문학 분야의 깊이있는 분석도 있겠지만, 여기선 제 나름대로 TRPG 플레이에 등장하는 갈등의 종류를 나누어 보겠습니다. 1. 인물 vs. 장애물 보통 모험물 RPG에서 가장 흔한 "갈등"입니다. 주인공을 위협하거나 주인공의 의지에 반하는 장애물로 싸워야할 적들, 함정, 악조건 및 외적으로 주인공과 충돌하는 "상황"이 포함됩니다. 이러한 갈등의 해결은 대체로 명료합니다. "주인공이 난관을 극복하고 뜻을 이루는 것"이죠. 주인공이 결국 장애물을 넘어서 승리해야 할 상황이라면 거의 이런 "도전" 류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을.. 2017. 7. 3.
RPG 캐릭터의 성장을 다루는 방식: D&D식 레벨업과 다른 대안들. by 애스디 이 글에선 D&D식 레벨업 시스템이 캐릭터의 성장을 다루는 방식과 장편 캠페인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고자 합니다. 그리고 레벨업이 없는 RPG 시스템은 어떤 차이가 있는지 보려고 하고요. D&D식 레벨업 시스템이 플레이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생각보다 크다는 점이 주제가 되겠습니다. 1. D&D식 레벨업 시스템과 그 파급효과. 최초의 TRPG인 D&D는 전통적으로 레벨업을 통한 캐릭터의 성장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D&D식 레벨업 시스템은 자연스레 "처음엔 보잘것 없던 초보 모험가가 동료들과 함께 수많은 모험을 거치며 점점 강해져 세상을 구하는 영웅이 된다"는 서사를 지원하게 됩니다. 딱 이러한 식의 판타지/무협 풍의 영웅 서사를 만들기 위해 짜여진 캐릭터 성장 시스템인 셈이지요. 레벨업에 따라.. 2016. 12. 19.
TRPG에서 판정 룰의 역할: 모사주의 vs. 서사주의 전에 TRPG 마이너 갤러리에서 이런 얘기가 나온 적이 있습니다. [던전월드]나 [13시대] 같은 요즘 룰은 '실패해도 전진하라'는 철학을 갖고 있는데... 그래도 문 열기 판정에 실패했으니 오우거가 튀어나와 공격한다!는 건 어색하지 않냐? 문 열기에 실패했다고 왜 없던 오우거가 소환돼야 하는지 이해를 못하겠다. 이 의문은 룰의 기능에 있어 플레이 속 세계를 모사(simulation)하는 역할(모사주의)과 극적인 흐름을 만들어내는 역할(서사주의)의 충돌로 볼 수 있습니다. 아래에선 RPG가 발달하면서 판정 룰의 쓰임새와 역할에 대한 관점이 어떻게 변해왔나 살펴보려 합니다. (참고: RPG 플레이의 세 가지 경향(GSD 삼단모델)) 1. 현실의 시뮬레이션으로서의 룰과 그 문제. 거슬러 올라가면 최초의 RP.. 2016. 6. 29.
[번역] TRPG에서의 스토리와 서사 패러다임 (by John Kim) GSD 삼단 모델을 제시했던 John H. Kim이 쓴 [Story and Narrative Paradigms in Role-Playing Games]을 번역해 소개합니다. 전통적인 정적인 이야기 매체(소설, 영화 등)에서 스토리 전달 과정을 살피고, 이를 바탕으로 RPG 플레이에서의 스토리 경험에 관한 두 가지 패러다임(공동 이야기 창작 vs. 가상체험)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이 두 패러다임이 GSD 삼단 모델의 서사주의와 모사주의 플레이 유형과도 얼마간 맞닿는 면이 있다고 생각되네요. TRPG에서의 스토리와 서사 패러다임.Story and Narrative Paradigms in Role-Playing Gamesby John Kim 플롯, 테마, 스토리와 같은 전통적인 서사 개념은 RPG 플레이를 설.. 2015. 10. 15.
[GSD 이론] '전투'를 통해 본 게임주의, 모사주의, 서사주의. by 애스디 게임주의를 다룬 지난 글에 이어서 GSD 삼단모델(threefold model)에서 나온 세 가지 TRPG 플레이 유형을 계속 살펴보려 합니다. 오늘은 게임주의, 모사주의, 서사주의 이 3가지 플레이 유형이 TRPG에서 '전투'를 어떻게 보고 다루는지 살펴보려 해요. '전투'에 대한 관점을 통해 각각의 플레이 유형이 어떻게 다른지 잘 보여줄 수 있을 것 같거든요. 1. 게임주의(Gamist)에서의 전투. 게임주의는 기본적으로 마스터가 내놓은 난관을 플레이어가 지능적으로 해결하는 데 주목한다고 얘기했지요 (지난 글 참조). 따라서 '전투' 역시 플레이어가 지능적인 판단과 전술을 펼쳐내보는 무대로 작용합니다. 가장 중요한 건 플레이어가 전투 속에서 얼마나 좋은 의사결정을 하는지고, 이를 공정하게.. 2015. 10.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