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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이 예시/자료실

[던전월드/장편] 그레고르 사가 - 국면 1: 어둠의 숲

제가 2013년에 진행했던 던전월드 장편 [그레고르 사가] 리플레이입니다. 9레벨까지 진행한 장편 캠페인이고요. 특히 [국면]을 활용하는 사례로 참고하시면 좋을 듯 합니다. 


아래는 첫 세션 및 첫번째 국면 '어둠의 숲'과 그 플레이 내용입니다.




1. 첫 세션

- 요약 링크 / 원본: 던전월드20130421.txt 


주인공은 인간 전사 그레고르, 하플링 도적 오마르, 엘프 사냥꾼 셀리온, 인간 사제 카르민입니다. 숲 속에서 오크들에게 쫓기는 것으로 장면을 시작했고요. 오크들의 배후엔 지저엘프가 관여하고 있다고 정했습니다. 오크 애꾸눈과 싸움에서 그레고르는 한쪽 눈을 잃고, PC들은 숲 속 마을 무치로 피신합니다.


원래는 단편 플레이였는데 재미있어서 이걸 장편으로 이어가기로 했습니다. 전사 그레고르가 사정상 하차하고 대신 인간 전사 풰마이가 합류하게 되었습니다.




2. 모험 국면 구상


첫 세션을 마치고 던전월드 규칙에 따라 모험 국면을 짰습니다. 배경은 숲이고, 오크와 지저엘프라는 요소에서 착상해 아래와 같은 국면을 만들었습니다.



* 모험 국면: "어둠의 숲"


* 등장인물: 지저엘프 마도사 시르헬, 핏빛 송곳니 오크 부족(족장 두르가, 무당 우라즈).


* 주제질문

  - 셀리온과 PC들은 세계수의 폭주에 어떻게 반응할 것인가?

  - 세계수의 폭주를 막으려면 무슨 대가가 필요한가?


* 위험요소 1: 세계수의 그루터기

  - 유형: 저주받은 장소(힘이 서린 곳)

  - 재앙: 숲의 대팽창과 폭주.

  - 흉조: 피를 빨아들이며 성장한다 / 미로를 만든다 / 도달한 이의 의지를 받아들여 힘을 준다


* 위험요소 2: 지저엘프 마도사 시르헬

  - 유형: 마법적 존재(힘에 미친 마법사)

  - 재앙: 세계수의 힘을 지배하게 된다

  - 흉조: 오크 부족을 이용해 숲 중심부로 통하는 길을 찾는다 / 숲 중심부에 도달한다 / 의식을 수행한다



시르헬의 음모를 막지 못하면, 세계수가 거대한 나무동굴과 같은 숲으로 성장해 온 세상으로 뻗어나가게 됩니다. 이를 통해 햇빛에 약한 지저엘프가 지상을 정복해가는 것이 최종목적. 전면에 드러난 것은 오크인데, 오크는 사실 위협요소도 아니란 점이 함정(...). 사실, 4회까지 오면서 PC들은 쭉 오크들과만 싸웠지, 지저엘프는 직접 보지도 못했습니다;;; (그 탓에 좀 헤맨 감도...)




3. 본편 플레이 


(1) 두번째 세션: 던전월드20130505a.txt


2회에선 주로 무치 마을에 머무르며 정보수집이 이뤄졌습니다. 


지난회에 부상을 입은 그레고르는 저주로 반신불수가 되고(사실은 그레고르의 플레이어가 본편 플레이에 참가할 수 없게 돼서...), PC들은 오크들의 동태를 살핍니다. PC들은 마을에서 숲이 기묘하게 이상 성장하고 있다는 소식을 접하고, 사제 카르민은 환자를 치료하며 이 숲 가운데에 잠들어 있다는 '세계수의 잔재' 이야기를 전해 듣습니다. 한편 사냥꾼 셀리온은 오크들을 교란시킬 가짜 흔적을 만들러 나갔다가 오크 정찰대와 조우해 나무 위에 피신한 채 고립됩니다. 동료들은 뒤늦게 셀리온을 걱정해 쫓아나와 오크들을 물리칩니다. 전투 후에 PC들은 주변 초목들이 덩굴과 뿌리를 뻗어가 피를 빨아들이는 모습(흉조1-1)을 목격하고... 오크 리더에게서 숲 중심부에 X가 표시된 지도를 획득합니다.



(2) 세번째 세션: 던전월드.20130512.txt


새로운 PC 풰마이(인간 전사)가 합류했습니다.


PC들은 마을로 돌아오는 길에 중상을 입고 쓰러진 풰마이를 발견해 치료합니다. PC들이 쉬면서 정비하는 가운데, 사냥꾼들이 숲 저편에 연기가 솟아오른다고 알립니다 (PC들이 느긋하게 있길래 마스터 액션). 위치는 숲 중심부 쪽으로 좀더 다가간 지점(흉조 2-1). 그러나 PC들은 곧장 숲 중심부로 향할지 여기서 마을을 지킬지 오락가락했습니다. PC들이 망설이는 가운데, 며칠 전 마을을 떠난 행상인 무리가 숲이 원래 크기보다 더 커져서 가도가도 끝이 없더라며 돌아옵니다 (역시 늘어지는 듯 해서 마스터 액션). 마침내 PC 일행이 오크 무리를 쫓아 출발하고, 한결 더 높고 울창해진 숲을 가로지릅니다. [험난한 여정]에서 엘프 셀리온 덕에 길찾기는 문제없었으나, 전사 풰마이는 척후에 실패. PC들은 오크들의 습격을 받고, 거대한 광전사까지 등장해 고전합니다. 전투가 끝날 즈음 오크 무당이 PC들과 대화를 청하고, 최근 자기 부족 족장을 현혹시키는 지저엘프 마법사를 없애달라고 합니다 (플레이어가 오크들을 진짜 위협으로 여기는 것 같아, 내부 사정을 알리는 목적). PC들은 [협상] 끝에 무당은 PC들이 지저엘프를 암살할 수 있게 돕고, PC들은 세계수의 힘으로 오크 부족을 해치지 않겠다고 '목숨을 건 저주'로 약속합니다.



(3) 네번째 세션: 던전월드20130519.txt



지난 전투 후 다시금 주변의 나무덩굴이 살아 움직이며 PC들을 덮쳐들고, PC들은 도망치며 오크 무당이 남긴 표식을 쫓습니다. 그러나 정신없이 달리던 중에 셀리온과 헤어지고(셀리온 플레이어 지각;;;), 위험돌파 판정 실패(6-)로 1) 덩굴에선 벗어나지만 표식을 놓친다 / 2) 표식을 잘 따라왔으나 사방에 덩굴로 둘러싸여 갇힌다 중 택일. 나무덩굴과 싸우고 싶지 않아 플레이어들은 1)을 선택. 전사 풰마이가 주변을 둘러보며 길을 찾으려 하지만 다시 실패(...). 숲 전체가 거대한 미로가 된 것을 깨닫습니다(흉조 1-2). 사제 카르민의 지식 더듬기로 햇빛이 새어들어오는 방향으로 가늠하자는 아이디어를 내고, 해가 뜰 때를 기다려 움직이지만 역시 길찾기 실패(...). 한참을 헤맨 끝에야 오크 숙영지를 발견하지만... 이미 숙영지는 숲 중심부 바로 앞에 펼쳐져 있고, 지저엘프들은 세계수의 잔재를 향해 떠났으며 (흉조 2-2), 아까 헤어진 셀리온은 숙영지 중심의 기둥에 쇠사슬로 묶여 희생제물로 바쳐지려는 위기! 


세계수가 거대한 힘을 쏟아내며 주인을 찾는 소리가 들리지만, PC들은 우선 동료 셀리온을 먼저 구하기로 선택합니다. 천신만고 끝에 셀리온은 구해내지만, 풰마이가 오크 쪽에 잡히고 PC들은 오크 무당을 인질로 확보. [협상]으로 막 인질을 교환하고 다시 대치 국면으로 들어갈 찰나, 마침내 지저엘프 시르헬이 세계수의 힘을 얻고 맙니다 (흉조 1-3, 흉조 2-3). 가시 뿌리가 땅에서 솟아나와 오크 야영지를 피바다로 물들이고, 숲은 거대한 동굴로 변하며 사방을 향해 확장해나갑니다. PC들은 1) 무치 마을에 가서 알리고 외부에 도움을 청할지 / 2) 이제라도 가서 시르헬을 저지할 방도를 찾을지 고민하다가, 2)를 택해서 가시 덤불을 뚫고 지저엘프들의 자취를 추적합니다 (플레이 중에 1)은 다크 판타지 루트, 2)는 하이 판타지 루트라고 했었죠^^;;).



(3) 다섯번째 세션: 던전월드.20130526.txt


PC들은 시르헬을 뒤쫓아 숲 중심부까지 다다릅니다. 시르헬 주변엔 그를 지키는 살인덩굴이, 몰래 지나온 입구엔 지저엘프 검객이 도사리고 있고, 시르헬 곁에 세계수의 중심으로 보이는 은빛 묘목이... 오마르는 몰래 다가가 시르헬을 압습하려 하지만 직전에 들켜 덩굴에 포박당하고, 풰마이와 카르민도 홀 안으로 뛰어들면서 난전이 시작됩니다. PC들은 지저엘프 검객들을 빠르게 제압하지만 시르헬은 강력한 보호마법에 이어 환상으로 분신까지 만들어 상대하기가 쉽지 않고... 설상가상으로 거대한 나무거인(트리엔트)까지 부리는 상황. 


셀리온은 난전 가운데 피묻은 손으로 묘목을 낚아채고, 세계수의 의지와 접촉합니다. 세계수는 과거의 기억을 잃고 오로지 다시 살아나겠다는 광포한 생존 본능만 남은 상태, 셀리온은 자신이 지닌 4계절의 기억을 전하며 자기 심장을 볼모로 내놓겠다고 합니다. 이 [협상] 액션 2d6에서 12를 내면서, 세계수는 셀리온의 뜻을 받아들이고 숲 전체가 이상생장을 멈추고 자연 상태로 돌아갑니다. 세계수와 접촉으로 의식을 잃은 셀리온을 동료들이 돌보는 가운데, 시르헬은 마법을 써서 도망치고... PC들은 숲속 마을 무치로 돌아와 치료를 하고 그레고르를 데리고 오마르의 고향도시로 돌아가기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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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리온은 세계수와 접촉에 의해 영구적인 변화를 겪게 되었습니다. 앞으로 레벨업할 때 드루이드 액션(변신능력 제외)을 택할 수 있는 것으로 처리.




4. 진행 소감


마스터의 취향이 한껏 묻어나는 모험 국면인 듯(...). 지저엘프가 지상을 어둠으로 뒤덮고 침공한다는 아이디어는 예전부터 갖고 있던 거라 지난 던전월드 단편 플레이 때도 한번 써먹었는데요. 이번엔 약간 변주해서 '세계수'라는 소재로 써먹었네요. [눈물을 마시는 새]의 나가 대확장 전쟁에서도 제법 영향을 받게 된 것 같고^^;


한편 앞서도 얘기했지만, 눈앞에 상대하는 적은 오크 부족이다보니 이들을 더 의식하고 무치 마을을 지켜야 한다는 당위(예상치 못했던)가 부각되기도 했습니다. 배후에 지저엘프가 있다는 얘긴 플레이 외적으로 해뒀었지만, 그래도 좀더 일찍 PC에게도 적당한 실마리가 주어졌어야 하지 않았나 싶기도 하네요. 여튼.. PC들이 너무 늦어져 위험요소 둘 모두가 재앙까지 치닫게 된 것은, 길찾기에 연거푸 실패한 탓도 큽니다마는(;ㅁ;). 


최종화인 다섯번째 세션에서 셀리온이 세계수와 접촉하고 이를 진정시키기 위해 자신의 몸을 내준 게 백미였던 것 같습니다. 주제 질문을 쓸 때는 이런 전개가 나올지 몰랐지만... 던전월드의 [국면]이 갖는 극적인 묘미라고 볼 수 있겠네요. 이후에도 간간히 셀리온 몸 속에 합쳐진 세계수가 폭주하기도 하고 여러가지로 이야깃거리가 되었습니다.


[던전월드]의 '국면' 규칙을 돌아보자면, 이것도 기본적으로 끊임없이 PC에게 위험상황을 제시하며 이를 고조시키기 위한 장치인 것 같습니다. 나중에 익숙해지면 PC들도 이 국면에서 위험요소가 무엇이고 어떤 재앙이 다가오는지 좀더 예측하면서 활동할 수 있을른지... (일종의 스릴러 구도?). 이런 식으로 각 세력이 독자적인 목적을 갖고 행동해나가며 위기를 고조하게 만드는 방식은 [포도원의 파수견]을 비롯해 인디 RPG에서 유행하는 형식인 듯 합니다. 플레이 중에 나올 개별 장면, 거기서 극복할 장애/난이도 등은 정해두지 않고, 즉석에서 디테일을 채우게 하는 식이죠.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즉석에서 필요한 수치를 쉽게 갖다쓸 수 있는 룰 체계가 필요할 테고요. 던전월드에서는 "상상력을 풍성하게 채워두고" 나올법한 괴물만 몇 가지 골라두면 충분한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