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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강좌/칼럼

마스터처럼 플레이 참여하기.

by 애스디


근래 나오는 RPG 시스템의 경향 중 하나는, 마스터와 플레이어의 구분이 약해져간다는 점입니다. 아예 [피아스코]나 [폴라리스]처럼 마스터가 따로 없는 룰도 있고, [페이트 코어]나 아포칼립스 월드 엔진 같은 룰도 플레이어로부터의 입력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여기서는 플레이어가 마스터처럼 거시적인 안목을 갖고 플레이에 참여하는 길에 대해 얘기해보려 합니다. 핵심은 마스터처럼 자기 캐릭터를 벗어난 시점에서 플레이를 보고 관여하는 것입니다. 




1. 마스터의 관점으로 바라보기.


마스터가 플레이어와 다른 점은, 하나의 고정된 PC를 맡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마스터는 자연스럽게 한 캐릭터의 시점을 벗어나 플레이 전체가 어떻게 흘러가는지를 신경쓰게 됩니다. 인물 시점보다 작가/관객 시점이 강조되는 것입니다.


플레이어도 자기 캐릭터의 시점에만 갇히지 않고, 플레이 전체를 살피는 것이 큰 도움이 됩니다. 사실 플레이가 제대로 돌아가려면, 참가자 모두가 이렇게 플레이의 흐름을 살피는 게 필수적입니다. 플레이 속 이야기가 어떻게 흘러가고 있는지, 앞으로 어떤 가능성이 있을지, 각각의 PC들은 여기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어떻게 해야 재미있는 플레이가 될 지... 이런 점들이 마스터가 신경쓰는 것들이죠. 훌륭한 플레이어는 이런 마스터의 관점으로 플레이를 바라보고 그에 따라 움직입니다. 


이렇게 플레이 흐름과 타 캐릭터의 처지를 함께 생각할 때, 자기 캐릭터도 훨씬 효과적으로 움직일 수 있습니다. 이야기 흐름과 진행에 더욱 능동적으로 참여할 수 있고, 다른 PC들과도 역동적으로 관계 맺을 기회를 찾을 수 있지요. [피아스코]같이 마스터가 없는 RPG을 할 때를 생각해보면, 자기 장면이라고 단순히 자기 캐릭터만 신경쓰는 게 아니죠. 그와 마찬가지입니다. 플레이를 공동진행한다는 관점으로 살펴보는 것입니다. 




2. 다른 팀원을 배려하고 소통하기.


마스터는 플레이어들이 골고루 장면에 참여하고 있는지, 모두들 재미있어 하는지를 신경쓰지요. 다른 참가자가 재미있도록 안배하는 건, 마스터의 역할만이 아닙니다. 참가자 모두가 해야할 일이지요. 


가장 기본적인 것은 캐릭터 간(플레이어 간) 비중이 고르게 나오도록 챙기는 것입니다. 지나치게 오래 소외되는 플레이어가 없는지, 다른 PC의 몫을 배려하면 좋습니다. 여러 번 얘기했듯이 다른 PC와 함께 서로가 빛나는 장면을 만들면 이상적이지요. 캠페인을 진행해가면서 다른 캐릭터와의 관계를 의미있게 쌓아나가는 것도 좋고요.


자신이 현 장면과 이후 진행에서 어떤 기대와 관심사가 있는지 밝히고, 다른 참가자들은 무엇을 바라는지 포착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캐릭터 수준에서 하고 싶은 것 이면에, 플레이어가 무엇을 원하는 지가 더 근본적이니까요. 마스터든 다른 플레이어든 이렇게 서로 원하는 것을 파악하고 같이 추구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이러려면 플레이 중에 느끼는 감상이나 기대, 바람 등을 수시로 얘기하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3. 캐릭터 밖에서 플레이에 참여하기.


마스터는 PC를 제외한 플레이 속 세상 모두를 담당하기도 합니다. 이렇게 PC를 둘러싼 주변 상황과 세상을 서술하는 것 역시 마스터 혼자 전담하란 법은 없습니다. 위와 같이 마스터의 시점으로 플레이를 바라본다면, 현 장면과 이후 전개를 풍성하게 해줄 아이디어가 자연스레 떠오를 것입니다. 


기본은 생각나는 아이디어를 얘기하고 공유하는 것입니다. 장면에 덧붙일만한 묘사나 연출, 변수도 좋고요. 이후의 전개 가능성들에 대해서도 이야기 나누고 각자의 기대와 흥미를 알아볼 수 있겠지요. 마스터가 내놓는 인물이나 상황, 장면에 대해서도 능동적으로 의견을 낼 수 있고요 ("어. 걔 혹시 여기서 배신하지 않으려나요?"). 팀에 따라 마스터가 이런 아이디어를 취사선택해서 반영할 수도 있고, 적극적으로 모두의 아이디어를 받아서 진행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이렇게 자기 캐릭터를 통하지 않고서도 장면을 만드는데 참여할 수 있다면, PC 간의 비중을 일일히 따질 필요도 없습니다. 모두가 서로의 캐릭터와 이야기 흐름에 관심을 갖고, 아이디어를 내며 관여할 수 있으니까요 (역시 [피아스코] 플레이와 같은 경우를 생각해보세요). "합의에 의한 플레이"가 달리 어려운 게 아니라 이런 것이지요. 




* 맺음말


플레이어의 능동적인 참여가 강조되는 "신식" RPG에서 비롯한 이야기지만, 사실 어느 TRPG 플레이에서든 마스터의 관점으로 플레이를 조망하는 것은 도움이 되리라 확신합니다. 마스터 중심으로 진행하는 팀이라면, 마스터가 진행하는 흐름을 읽고 그에 맞게 기여할 수도 있으니까요. 아무쪼록 팀에서 모두의 참여를 늘리며 함께 즐거운 플레이를 만들어가는데 도움이 되면 좋겠습니다. :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