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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강좌/칼럼

RPG 캐릭터의 능력 배분: 전투, 사회, 기술

by 애스디


RPG 캐릭터들은 플레이에서 다양한 문제 상황을 마주하고 이를 풀어나가게 됩니다. 따라서 플레이에서 주어지는 장애물(인카운터)를 적절히 해결할 "능력"을 갖춰야 합니다. PC들이 팀으로 함께하는 모험물에서는, 각 캐릭터가 이렇게 장애물을 돌파할 능력을 어떻게 분담할 것인가가 매우 중요합니다. 


D&D나 던전월드 등 환타지 모험물 RPG는 주된 인카운터가 뚜렷할 뿐만 아니라, 클래스(직업)를 통해 캐릭터별 역할과 능력을 룰에서 나눠두고 있습니다. 그러나 GURPS, 새비지 월드, 페이트 코어 등의 범용 RPG에선 이런 역할 분담이 임의적입니다. 그러다보니 자기 인물을 꾸미는 데만 몰두해, 정작 플레이에서 필요한 능력을 놓치는 경우도 있잖은가.. 라는게 문제의식입니다. 한마디로 어떻게 해야 플레이에서 유능하게 제 몫을 할 수 있는 캐릭터를 만들 수 있을까요?




0. 플레이 내용(배경과 사건)을 생각한다.


무엇보다도 플레이에서 어떤 내용을 펼쳐나갈 지 고려해야 합니다. PC들이 어떤 배경에서 어떤 일들을 겪을지 생각해보세요. 그리고 이와 맞는 능력을 갖춰야 합니다. 캐릭터의 개성도 좋습니다. 하지만 어쨌든 플레이에서 주로 일어날 사건에 필요한 능력을 갖춰두는 건 기본입니다. 캐릭터의 핵심 능력/역할이 플레이 내용과 어울리는지 꼭 검토하세요.


배경세계와 캠페인 내용에 주의를 기울인다면, 이런 점은 충분히 반영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어떤 배경에서 어떤 내용을 플레이할 지 합의한 내용을 존중하세요. 플레이 내용이 어떤 것이 모호하다면, 이 부분을 확실히 묻고 분명히 하는 게 우선입니다.



1. PC들은 어떤 장애물을 겪는가? : 3가지 문제 상황.


보통 RPG에서 흔히 나오는 문제 상황(인카운터)을 크게 3가지 영역으로 나눠볼 수 있을 듯 합니다.


  1) 전투

  2) 사회적 상황: 교섭, 위협, 속임수, 눈치, 연줄 등.

  3) 전문기술: 도둑기술, 운전, 운동능력, 잠입, 공학, 학식 등.


위 세 가지 각각이 각 장면의 핵심 장애물이 될 수 있습니다. '3) 전문 기술/능력'의 경우, 전투나 사회적 상황에서도 보조적으로 쓰이는 경우도 있습니다.




2. 어떻게 능력을 배분할 것인가?


PC는 적어도 한 영역 이상에서 핵심 역량을 갖춰야 하고, 다른 영역에서도 최소한 보조적으로나마 기여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안 그러면 그 장면에서 별로 할 게 없거든요. 예를 들어, 비전투형 캐릭터도라도 전투가 벌어졌을 때 뭔가 나름대로 할 일은 있는게 좋습니다. 마찬가지로 전투에만 올인해 나머지에 무능한 캐릭터는, 평상시에 비중이 애매하겠지요. 


앞서 얘기했듯이 플레이 내용에 따라 위 1)~3)의 중요성도 달라진다는 점도 유의해야 합니다. 전투 vs. 사회의 비중이 대표적입니다. 전문기술 영역은 좀더 복잡합니다. 이 영역은 대개 폭넓기 때문에 아무도 필요한 능력을 다 갖출 순 없을 터입니다. 따라서 플레이에서 "주로" 쓰이는 능력을 감안해, 이들을 분담해야겠지요. 대개 마스터도 PC들이 가진 능력을 중심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를 제시하지만, 그래도 플레이 내용에서 자주 필요할 전문기술/능력이 어떤 쪽인지 고려하면 좋을 터입니다.




3. 담당 영역이 중첩되면 어떻게?


다른 캐릭터와 서로 담당 영역이 겹치면, 효율성이나 개성이 떨어지지 않느냐는 문제를 제기할 수 있습니다. 꼭 그렇지만은 않다고 생각합니다. 


"전투 능력"은 모두가 갖춰도 손해될 게 없습니다. 또한 전투 능력이라고 해도, 폭넓게 '전투 상황'에 쓰이는 능력으로 보자면 다양한 역할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근거리엔 약하지만 원거리 지원사격에 강한 타입일 수도 있고, 동료들을 치료하거나 지원하는 능력도 도움이 됩니다. 결국 각자 다른 방식으로 제 역할을 담당하며 전투 상황에 함께 참여할 수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사회적 상황이나 전문 기술 영역에서도, 서로 약점을 보완하는 식으로 함께 활약할 여지가 있습니다. 흔한 사례로 "착한 경찰"과 "나쁜 경찰" 역할을 나눠 맡을 수도 있겠죠. 이런 부분은 팀원들이 다같이 고민해서 서로 안배하면 좋습니다. 


영역 자체가 중첩되는 것은 문제되지 않습니다. 그 안에서 나름대로 개성을 갖고 서로를 지원하며 제 몫을 할 수 있느냐가 더 중요합니다. 결국 어떤 능력을 갖추고 있는가보다, 어떤 문제 상황에서건 개입하고 활약할 여지가 있느냐...가 보다 근본적인 문제입니다.




* 맺음말


사실 크게 전투/사회/전문능력 세 가지로 나누긴 했지만, 단순히 이 도식으로 설명하긴 부족한 점도 많습니다. 특히 3) 전문기술 범주는 워낙 넓기도 해서요. 그에 반해 전투나 사회 인카운터는 대개 어떤 플레이든 등장하고 비슷한 특성이 유지되리라 생각합니다. 이 부분은 확실히 신경쓰면 좋겠지요.


한편 플레이어 입장에선 캐릭터를 만드는데 고려하는 요소지만, 마스터로선 플레이 내용을 구상/준비하는 데도 참고할 수도 있겠죠. 플레이 속에서 주로 나올만한 문제상황을 생각해보고, PC들이 이런 능력을 갖출 수 있도록 안내하면 좋을 터입니다.


마지막으로, 이 글은 아마도 플레이어들이 주로 PC를 통해 플레이에 참여하고, 인물 개개인을 탐구하기보다 장애물 극복이 주가 되는 플레이에 가장 적합하리라 생각합니다. 부족한 점도 있을 텐데, 다른 의견도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 업데이트가 뜸했던 것 같아서 Session에 올렸던 글 중에서 하나 재탕으로 가져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