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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스템 리뷰/활용

던전월드 마스터 강좌 #2: 국면을 활용하자

by 애스디


지난번에 던전월드에 관한 3가지 오해 - "던전월드는 단편 플레이에 좋은 룰이다", "던전월드 마스터링은 준비를 안해도 된다", "던전월드는 룰을 무시하고 플레이해도 된다" - 를 살펴보았습니다. 이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던전월드 룰북이 말하는 대로 중장편 플레이를 어떻게 준비하고 운영하는가를 다뤄보고자 합니다. 


던전월드는 장편 플레이를 준비하고 운영하기 위해 고유의 틀 [국면]을 갖추고 있습니다. [국면]은 PC들의 행동과 선택에 따라 유연하게 대응하면서 이야기를 낳는 강력한 도구입니다. 던전월드가 누누히 이야기를 미리 정해놓지 말라고 하는 건, [국면]이 있기 때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던전월드 플레이에서 무엇을 준비해야 하고 무엇을 준비하면 안되는 지는 [국면] 규칙을 따르기만 하면 됩니다.




1. 이야기가 아니라 세상(무대)을 준비하라.


던전월드에서 마스터의 역할은 이야기를 준비하는 것이 아니라 PC들이 탐험할 "세계"를 만들고 이를 플레이 중에 펼쳐내는 것입니다. 던전월드 마스터의 강령- "환상적인 세계를 표현한다.", "캐릭터들의 삶을 모험으로 채운다.", "플레이를 해서 알아낸다." - 모두가 이를 말하고 있지요. 


[국면]은 바로 이 모험거리로 가득찬 세상을 준비하는 도구입니다. 던전월드의 [국면]은 PC들이 해결하지 않으면 재앙으로 치닫는 "위험요소"로 가득 차 있습니다. 플레이 중에서 마스터가 할 일은, PC들이 무시하지 않도록 이 "위험요소"를 부각시키고 점차 고조시켜 가는 것입니다. 이러면 자연스레 PC들은 당면한 위험요소의 정체를 파악하고 이를 해결하려는 액션을 취하게 됩니다. 그런 시도들이 성공하는지 실패하는 지는 던전월드 룰에 따라 판정해가며 정하면 됩니다. 이것이 "플레이를 해서 알아낸다"이지요. 


이 방식의 장점은 미리 이야기의 전개방향을 준비하진 않지만, 이야기의 핵심을 놓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국면]의 위험요소는 그냥 무시하고 넘어갈 수 있는 게 아니니까요. 제가 보기에 이 [국면]은 빈센트 베이커의 전작 [포도원의 개들 (Dogs in the Vineyard)]의 시나리오 준비 방식과 맞닿아 있습니다 (위시송님의 '포도원의 개들'에서 배우는 마스터링 기법 #1, #2 참조). [포도원의 개들]에서 각 마을에는 곪아들어가는 문제가 있고, 이를 PC들이 해결하지 않으면 공동체엔 더 큰 재앙이 닥쳐옵니다. 더불어 각 사람들과 악마는 고유의 동기를 갖고 PC들을 제 편으로 이용하려 하지요. 실제로 무슨 일이 일어나는 지는, PC들이 이 마을의 비밀을 파헤치고 결단을 내리기 나름입니다. 


던전월드의 [국면]은 이와 마찬가지로 미리 정해진 이야기를 준비하는 게 아니라 "위험요소"로 가득찬 세상을 준비하는 것입니다. 준비하는 게 '이야기'가 아니라 '세상'이라면, 그 부분은 원하는 만큼 상세히 준비해도 좋습니다. 각 위험요소가 플레이 속에서 어떤 괴물과 사물로 등장하는지, 개개의 등장인물은 어떤 동기를 갖고 무슨 일을 하려는지, 거기다 무시무시한 외양과 극적인 묘사를 준비해도 좋습니다. 단, 모든 것이 살아 숨쉬는 인물과 세상이 되도록, 정해진 이야기가 되지 않도록만 유의하세요.




2. "위험요소"를 드러내놓고 무시하지 못하게 하라.


[국면]을 열심히 준비했는 데도 정작 플레이에선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대체로 이 문제는, PC들이 무시하지 못하도록 "위험요소"를 부각시키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국면] 룰을 읽은 참가자라면, 플레이에 이런 위험요소가 등장하고 이걸 내버려두면 재앙이 온다는 것을 알고 있을 터입니다 (참가자들이 모르고 있다면, 미리 알려두어도 좋습니다). 그래도 당장 눈 앞에 벌어지는 일에만 신경쓰다 보면 배후의 "위험요소"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경우가 왕왕 있습니다.


[국면]을 운영할 때 "위험요소"의 실체를 숨기려고 애쓰지 마세요. 기본적으로 던전월드의 PC들은 비밀을 파헤치는 탐정이라기보다 악과 맞서 싸우는 모험가입니다. 조금씩 실체에 접근하는 미스테리 요소를 넣을 수야 있지만, PC들이 처음부터 갈피를 못 잡고 대응이 늦어져서야 모험담이 나오질 않습니다. 


한 가지 해법은 위험요소 중 하나는 처음부터 뚜렷이 드러내 PC들이 대응하도록 유도하고, 다른 하나를 좀더 은밀하게 배후에서 커가도록 두는 것입니다. PC들이 첫번째 위험요소를 대처해가면서 자연스럽게 또 다른 위험요소를 알게 되고 일이 복잡하게 얽힐 수 있겠지요. PC들이 두번째 위험요소를 무시한다면, 준비한 대로 '흉조'를 차례대로 내놓고 마침내 '재앙'에 이르러도 괜찮습니다. PC들이 첫번째 위험요소만이라도 대처해 해결한다면, 그것대로 괜찮은 모험이니까요 (더불어 위험요소를 무시하면 안된다는 교훈을 얻겠지요).


[국면] 운영의 묘는 세상에서 일어나는 위험요소를 숨기는 게 아니라, 적당한 때를 맞춰 드러내는 데 있습니다. 위험요소의 '흉조'나 액션을 선보일 때, PC들이 플레이 속에서 이를 직접 겪고 접하도록 하세요. 위험요소를 진전시켜도 정작 흉조가 PC들의 경험 밖에서만 일어난다면, PC가 이를 알고 대처할 방법이 없습니다. 위험요소가 악화될 때는 이를 PC들에게 뚜렷이 드러내며 무시할 수 없는 문제로 부각시켜야 합니다.




3. PC 개개인에 맞춰서 준비하라.


던전월드의 [국면]을 한층 풍부하고 재미있게 만드는 방법은, 국면에 나오는 위험, 적, 사물, 배경을 PC들 개개인에 맞춰서 준비하는 것입니다. 마스터는 "주인공들의 팬"이니까요. 국면에 나오는 위험요소와 등장인물, 사건들이 PC 개개인과 긴밀하게 얽혀있는 것일수록, 플레이어도 더욱 관심을 갖고 적극적으로 문제에 참여하게 됩니다. 


[국면]의 '주제 질문'은 국면을 PC 개개인에 연관된 문제로 만드는데 유용합니다. PC들이 가진 배경, 인간관계, 성품 등에 비추어서 각 위험요소나 등장인물, 중요한 물건 등이 어떻게 개인적 의미를 가질 수 있을지 생각해보세요. 첫 세션 후 처음 국면을 준비할 때부터, 지금까지 나온 PC들의 배경설정과 얽어서 국면을 준비할 수 있습니다 (첫 세션의 의의는 사실 이렇게 플레이의 무대를 처음 정하고 캐릭터의 배경과 성격을 드러내는 데 있습니다). 


제가 진행했던 [그레고르 사가] 캠페인의 예를 들자면, 첫번째 국면 "어둠의 숲"의 주제 질문은 엘프 사냥꾼 셀리온이 세계수의 폭주에 어떻게 반응할지, 그리고 세계수의 폭주를 막는 데 무슨 대가가 필요할지였습니다. 결과적으론 셀리온이 세계수를 직접 자신의 몸에 받아들이는 것으로 해결이 됐지요. 셀리온이 가진 세계수의 힘(폭주)은 이후 모험에서도 종종 등장하게 되었습니다. 두번째 국면 "해드리드의 밤"은 도적 오마르가 고향 도시에서 조직간의 항쟁에 밀려 쫓겨났다는 설정을 바탕으로 준비했었고요. 이런 식으로 각 국면에서 특정한 PC를 주인공으로 부각시키는 것도 좋더라고요.




맺음말


오늘은 국면을 준비하고 운영하는 원칙과 팁을 정리해보았습니다. 던전월드의 [국면]이 처음엔 생소한 방식일 수도 있지만, 룰북에 나온 대로 차근차근 PC들이 모험할 "세상"(위험요소들)을 마련한다면 큰 어려움 없을 겁니다. 마스터 자신도 PC들이 이 위험요소에 어떻게 대처하고 이야기가 풀려갈 지 기대될 거고요. 플레이 중에 "위험요소"가 부각되는 한 이야기의 중심이 흐트러지는 일도 별로 없습니다. 


"던전월드의 다른 부분과 달리, 국면은 실제 플레이에서 다 같이 만드는 것이 아니라 세션과 세션 사이에 마스터가 만듭니다. 플레이 도중에 영감을 받아 국면을 수정할 수도 있지만, 대부분은 사전에 준비한 내용을 사용하게 될 것입니다" - 던전월드 제14장 [국면], p.193


[국면]을 준비하는 건, 던전월드 마스터의 특권입니다. 아무쪼록 [국면]을 활용하는 법을 잘 익혀서, PC들의 삶을 모험으로 가득 채우는 멋진 플레이를 하시길 바랍니다! 



@ 다음 강좌는 플레이 중에 활용할 세부 묘사나 연출 등을 어떻게 준비하면 좋은가 하는 쪽으로 생각 중입니다. 기대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