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애스디
지난 강좌에선 던전월드 플레이 준비와 운영의 핵심인 [국면]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국면]을 준비하면 플레이의 기본 뼈대는 갖춘 셈입니다. 오늘은 여기에 더해서 플레이의 세부묘사를 어떻게 준비하고 다룰 것인가 하는 얘기를 해볼까 합니다.
1. 환상적인 세계를 표현한다.
던전월드 마스터의 강령 중 첫번째는 "환상적인 세계를 표현한다"입니다. 마스터는 플레이 속에 내놓을 세상에 대해 생생한 이미지를 갖추고 전달해야 합니다. 이런 세상에 대한 심상을 구체적으로 갖추기 위해, 미리 다양한 자료를 접하면서 '자신의 세상'에 대한 이미지를 구체화 해두면 도움이 많이 됩니다. [호빗], [반지의 제왕], [야만인 코난] 같은 판타지 작품도 좋고, [캐러비안의 해적]이나 [인디아나 존스] 같은 모험영화의 연출도 참고하면 좋습니다.
특히 던전월드 룰북의 괴물은 상상력을 자극하는 짧은 묘사 위주로 나와 있습니다. 이는 던전월드가 D&D의 오마쥬로 출발해, 주로 D&D식 던전 판타지에 익숙한 이들을 대상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입니다. 던전월드 한국어판에는 괴물 이름 한영 대조표(룰북 p.332)를 두고 있으니, 플레이에 내놓을 괴물의 이미지나 원전 설정을 찾아보면 좋겠지요. 대부분의 괴물은 D&D 3.5 SRD에서 찾아볼 수 있고, D&D의 Monster Manual에는 더 상세한 설명도 나옵니다 (최신판인 5판이 간략하게 잘 나온 편입니다). 여기서 아이디어를 얻어서 새 괴물을 만들어도 좋고요.
그 외에도 D&D 등 기존 TRPG에 나오는 마법물품이나 신화 등은 참고하면 던전월드에 활용할 여지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저는 D&D의 유명 아티팩트 '베크나의 눈과 손'을 캠페인에 등장시켜 잘 써먹었지요. 이렇게 D&D 등에서 가져올 때는 원전 룰에 너무 얽매이지 않아도 좋습니다 (어차피 세세한 구현은 D&D 판본마다도 달라요). 아이디어와 컨셉을 받아들여 자기 식으로 소화하면 충분합니다.
2. 플레이에 낼 액션과 묘사를 준비하기.
실제 플레이에서 괴물과 위험요소를 내놓을 때는, 이들의 [액션]을 어떻게 활용할 지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국면을 준비하고 위험요소와 등장할 괴물을 추려냈다면, 각 위험요소랑 괴물이 어떤 본능(동기)과 액션을 갖고 있는지 쭉 살펴보고 다시 정리해보세요 (저는 따로 메모해놓곤 합니다). 그리고 이들 액션이 플레이 속에서 어떻게 나올지, 어떻게 작용할 지 구체적인 모습을 그려보면 좋습니다.
예를 들어,
리치
마법의 힘 (d10+3 피해, 장갑 무시) HP 16 장갑 5
중거리, 장거리
본능: 영원한 “삶”을 유지한다.
• 완벽하게 연마된 죽음이나 파괴의 주문을 사용한다.
• 마법 의식이나 큰 계획을 준비한다.
• 이미 완수한 준비나 실현된 계획을 드러낸다.
를 내보낸다면, 리치가 준비하는 '마법 의식이나 큰 계획'이 무엇이 있을지, 이 중에서 미리 완수한 준비나 실현된 것으로 밝혀질만한 건 어떤 것인지 미리 생각해둘 필요가 있지요. '죽음이나 파괴의 주문을 사용한다'는 것도 그냥 d10+3 피해만 굴린다면 정말 밋밋합니다. 순식간에 팔이 시체처럼 문드러져서 못 쓰게 된다든지 생명력을 흡수당해 [무기력]해진다든지 하는 생생한 묘사와 효과를 정해두면 훨씬 드라마틱하겠죠.
위험요소의 마스터 액션도 마찬가지입니다. 위험요소의 특성 상 이 부분은 상당히 추상적인 편이기 때문에 실제 [국면] 속에서 이 액션이 어떻게 쓰일지 구체화해두면 좋습니다. 위험요소의 흉조와 재앙을 만들 때 먼저 참고할 수 있겠고, 그 외에도 주로 나올만한 양상을 따로 체크해두고 기회가 왔을 때 사용하면 좋겠지요.
괴물/마스터 액션을 미리 구체화할 때, 커스텀 액션을 사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예를 들어 리치가 쓰는 마법주문 중 일부 효과를 커스텀 액션으로 잡아서 +체의 위험돌파처럼 처리하되, 7~9가 나왔을 때와 6 이하일 때 결과를 미리 만들어 둘 수 있겠지요. (팁: 괴물들이 쓰는 주문은 PC 마법사나 사제가 쓰는 주문의 효과랑은 확연히 다른 쪽으로 정하고 연출하길 권합니다)
3. 이야기로 시작해서 이야기로 끝낸다.
던전월드 룰의 액션을 그냥 '커맨드'처럼 쓰고 수치 상의 효과에만 주목한다면, 정말 밋밋하기 그지 없는 플레이가 됩니다. 던전월드는 그렇게 컴퓨터 게임처럼 하라고 나온 룰이 아니지요. 던전월드는 끊임없이 위기를 극복해가는 주인공들과 그 모험 이야기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이야기 속 세상을 생생하게 그려내고 이를 반영하는 것이 던전월드 룰의 목적입니다 ("이야기로 시작해서 이야기로 끝낸다").
예를 들어 괴물, 장비, 무기 등에 붙는 [태그]를 봅시다. 무기 태그의 경우 관통 n, 피해 +n, 정밀처럼 수치 상 효과를 갖는 것도 있지만, 그 못지 않게 괴력, 파괴적 같은 서술상의 효과를 가진 것도 중요합니다. 위에서 얘기한 괴물 액션 같은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그저 피해를 입히는 것만이 아니라, 다른 무슨 효과가 일어날 수 있는지 생각해 보고 이야기 속 현실에 주목하세요. 각 액션에 따라 룰을 적용하되, 늘 이야기 안에서 어떤 모습으로 나타나는지 묘사하고요 ("액션의 이름을 밝히지 않는다").
던전월드는 이렇게 플레이 속 세상의 디테일을 더해갈 방편을 다양하게 갖추고 있습니다. [상황 파악]과 [지식 더듬기]는 플레이 속에 새로운 지식(사실)을 덧붙이는 좋은 방편이지요. [위험 돌파]의 7~9 역시 새로운 상황 전개를 낳고요. 이런 액션은 플레이어들의 아이디어를 묻고 받아들이는 좋은 기회도 됩니다.
맺음말
던전월드는 기본적으로 룰북의 컨텐츠를 소비하는 시스템이 아니라, 팀 내에서 직접 컨텐츠를 만들어내는 쪽에 맞춰진 시스템입니다. 던전월드의 강점은 이 룰을 활용해서 자기만의 세상을 만들 수 있다는 점입니다. 던전월드에 나온 괴물이나 마법물품을 고쳐서 새롭게 바꾸는 건 무척 간단하고 효과적입니다. 괴물 만들기 규칙도 쉬워서 자신만의 괴물, NPC를 금방 만들어낼 수 있고요. 던전월드를 진행하실 때는, 이렇게 자기 팀이 플레이하는 세상을 생생하게 그려보시고, 그에 맞춰서 컨텐츠를 만들어가고 준비해보세요. 준비할수록 스스로도 더욱 자신감이 붙고 기대감이 더해질 것입니다.
다만 [국면] 설정에서도 얘기했듯이, 마스터가 준비하는 것은 "세상" 그 자체여야지 고정된 이야기여서는 안됩니다. 플레이 속 디테일을 준비할 때에도 이를 유념하시고, 흐름에 맞춰 활용하시면 좋겠습니다. 설령 준비한 걸 못 내놔도 다음 기회에 써먹을 수 있으니까요.
@ 이번 회까지 해서 제가 [던전월드] 마스터링에 대해서 하고 싶은 얘기는 다 한 듯 싶습니다 (생각보다 별 거 없죠? ^^). 혹 던전월드 마스터링을 하면서 겪는 문제나 어려움들 있으면 덧글로 의견 달아주세요. 필요하다면 다음 회에선 Q&A 코너로 찾아뵙도록 하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