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초청 기사/특별 코너

문윤님의 ORPG 이야기: TRPG와 환경 차이 및 최근 동향

트위터에서 문윤님(@salja1988)이 ORPG에 관해 얘기한 트윗 타래를 엮어 소개해봅니다. 편의상 제 임의로 흐름을 살려 편집했음을 양해해주세요. 원문 트윗은 여기서 볼 수 있습니다.



by 문윤(@salja1988)



ORPG 얘기가 나왔으니까 저도 그 흐름에 맞춰서 ORPG 얘기를 해볼게요. 주제는 저번에 나왔던 RPG테마의 SNS 얘기에요 (편집자 주: 일본에서 최근 시도되는 ORPG 전용 SNS 서비스를 지칭합니다). 사실 지금 충분히 자료를 준비해놓고 시작하는 이야기가 아니기 때문에 어느정도 긴가 아닌가 고려하면서 보셔야 한다고 사전에 말씀드리겠습니다. 에... 이건 어디까지나 제 사견이라는 것으로해서 반쯤 흘려서 들어주세요.



우선 짚고 넘어가야할 것이 "TRPG"와 "ORPG"는 환경이 전혀 다르다는 점입니다. 실제 위치가 중요한지 아닌지, 서로 얼굴을 볼 필요가 있는가 없는가. 그 차이에서 발생하는 환경적 차이는 의외로 어마어마합니다.


ORPG의 장점이자 단점이 곧 쉽게 모이고 흩어진다는 점입니다. TRPG 위주로, 그리고 장기 캠페인 위주로 플레이해오던 올드 및 코어 플레이어에게 이것은 단점으로 보이기 쉽습니다만, 긍정적 마인드로 무장해서 장점으로 볼 수도 있습니다. 어째서 그러느냐. 공각기동대의 명대사를 빌려서 말하자면 "넷은 광대"하기 때문입니다. 인터넷의 특징을 최대한 살려서 많은 사람과 만나볼수 있고 얕게 넓게 RPG를 즐길 수 있습니다. 


얕게 넓게라고 한다면 부정적인 말 같습니다만, 실상 RPG가 많이 발전한 나라중 하나인 일본에서는 그렇다고 말하기도 힘든 것이 1페이지 룰이라든가, 단편 위주로 룰북이 많이 생산, 제공되고 있는 현실을 보면 다르게 보입니다. 일본만이 아니라 우리나라도 똑같습니다만, 점차 사람들은 시간적 여유가 부족해져가고 있습니다. 정보와 재산이 늘어날수록 사람들이 할 수 있는 것과 해야할 것은 많아지는 데 상대적으로 시간은 점차 부족해집니다. 그런 상황에서 자리잡고 앉아서 몇개월에 걸친 장편 RPG를 한다는 것은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합니다. 전에 일플 뒷풀이에서 어떤 분이 말씀하셨지요. "TRPG는 돈(시간) 많은 사람들의 고급유희"라는 식으로. 딱 그렇습니다.


좀 옆으로 새는 이야기입니다만, ORPG과 TRPG를 할때 "기간"도 큰 차이가 발생합니다. TRPG를 하던 모습이 아직 남아있어서 한번 캠페인을 할때 "2~3개월 정도"하는 캠페인이다라는 식으로 설명하는 경우가 많습니다만 이 "기간"은 굉장히 이상한 말입니다. 1주일에 1회 세션을 한다는 전제가 당연스래 깔려 있다면 저 기간이 의미하는 바가 8회에서 12회 정도 세션을 하게 될 것이다.라는 말로 해석될 것입니다. TRPG적으로는 맞는 말이에요. 상식적으로 생업이나 본직이 있을건데 매일매일 만날리는 없고 1주일에서 2주일에 한번 정도 세션을 할 것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인식일 것입니다. 


하지만 ORPG라면 어떨까요. 저는 작년 1월...인가? 언제였나... 어쨌든 그땐 학생이었고 방학이었기 때문에 1개월에 대략 80여회의 세션을 뛰었습니다. 저는 허영심이 쩌는 인간이기 때문에 이 일화를 사람들이 한 달 100세션은 해야하는거 아닌가요? 라고 부풀려서 개드립을 자주 쳤습니다. 이 경우는 특이한 경우입니다만 이걸 그대로 위 이야기와 적용시켜보면 2~3개월 세션이란 240여회의 세션을 한다는 소리가 됩니다. 이게 뭔 말입니까'ㅅ'... 


물론 저건 굉장히 특이한 경우라는 것을 분명히 해둬야 합니다만 제가 종종 "던월쇼크"라고 액시즈 쇼크를 패러디해서 지칭하는 던전월드가 가져온 여파는 학생들이 RPG에 발을 들이도록하는 여러 경우를 불러들였고, 실제로 방학때면 매일매일 세션을 벌이는 GM이나 PL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경향은 TR에선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당연하져'ㅅ' 학교 동아리가 아니고서야 매일매일 어디로가서 누구와 TRPG를 한단 말입니까? 그래서 "기간"으로 캠페인의 규모를 말하는 것이 굉장히 이상하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괴리는 ORPG 판도가 점차 커지면서 자연스래 더욱 깊어지기 마련일 것입니다. 


한국 RPG 계라고 할만한 판도가 있다면은 아마도 이러한 변화가 발생할 만큼 ORPG 인구가 활실하게 늘어났다고 볼 수 있을 겁니다. 상대적으로 눈에 띄는 점으로는 ORPG 커뮤니티가 몇 개 생겼다는 것이겠죠. 이게 발생한 계기가 좀 부정적인 이미지가 있긴 하지만, 사실 ORPG 커뮤니티가 점차 늘어나고 인구도 증가하고 있다는 것은 사실입니다. 작년까지만 해도 ORPG와 TRPG의 구분은 대략 ORPG란 TRPG를 못하는 양반들의 궁여지책, 임시방편, 울며겨자먹기라는 인식이 정론이고 소수의 의견으로 아니... 그건 아닌듯...하는 듯한 분위기였습니다. 그냥 제 심상은요.


근데 올해에 들어서 ORPG커뮤니티들의 활동이 많이 활성화되고 몇몇 방송 등에서 ORPG과 TRPG를 좀더 객관적이고 평등하게 구분하게 별개의 것으로 인식해야한다는 말이 나오면서 사실상 이것은 받아들여진 것으로 보입니다 (사견). 그렇다면 왜 이러한 주장이 나왔는가. 앞서 이야기했지만 환경이 많이 다르고 이제 TRPG보다는 못할지 모르지만 어느정도 규모를 갖췄기 때문인데요. 그렇다면 환경입니다. 무엇이 그렇게나 다를까?



우선 첫째로 "경향"입니다. ORPG를 하는 사람들은 TRPG를 하는 사람들과 차이는 제가 생각했을때...(강조) 마치 원컵이나 미니캔 맥주와 비슷한 성향을 보인다는 점입니다. 예전에 원컵이 왜 나왔냐면 직장을 마치고 집에 들어가기 전에 한잔하고 싶은데 아따 어디를 간다해도 돈이 돈이고. 사람을 또 부르고 모으고 마시자니 돈은 그렇다치고 서로 바쁘고 피곤하기까지 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존나 볼링 핀같이 생겨까고 사이즈는 베드민턴 채 스러운 소곡주 스타일의 사케를 사 마시기엔 무담스럽다보니 나온 것이 "원컵" 샐러리맨들의 귀가욕구와 안정적인 마이 홈의 안빈낙도를 완벽하게 구현해준 최고의 상품입니다. 미니 캔맥주도 그래요. 바빠죽갔고, 샤워하고나서 딱 한잔 깔끔하게 마시고싶은데 그냥 캔맥주는 너무 많어. 그리고 비싸. 그래서 나왔습니다. 여러분들의 샤워후 우유대신 한잔. 미니 캔! 이건 정말 따따봉이죠.


얘기가 옆으로 샜는데, ORPG를 하는 사람들의 경향이라는 것은 이러한 부분이 있습니다. 바쁜 현대사회에서 "사람을 모으긴 부담", "집에서 즐김", "휴식"(이건 불확실)이라는 점이 부각됩니다. TRPG가 냉장고를 부탁해라고 한다면 ORPG란 집밥 백선생입니다. 방금 생각나서 대충 비유한건데 너무 적절한거 같습니다. 오오(...)(자화자찬) 


얇고 넓게 즐긴다는 점은 바로 이런 점에서 기인합니다. 복잡하게 생각하고 싶지 않고 오래 뭔가를 할 정도로 부담을 가지고 싶지 않은 경향을 자주 보입니다. 막말로 내가 뭔 일이 터질지 알수 없어서 장기 캠페인은 도저히 못하겠다 싶은 분, 정말로 정신 사나운 금융권이나 기자, 긴급한 경관이나 소방, 의과방면의 사람들. 특히 "직업군인" 분과 세션을 몇번 해본적이 있는데요. 직업이 그렇다보니 이런 쪽으론 관심이 많다고 하십니다. 동경도 있구요. 하지만 이놈에 훈련이라는 쉐끼가 예고라도 하고 오든가. 갑작이 때려대니 솔직히 캠페인은 꿈도 못꾼답니다. 그리고 회사를 다니는 샐러이맨들이건 뭐건 사실 요즘같이 전화기가 손에 손잡는 시대에는 "안정적인 시간"을 확보하는 것이 굉장히 어려워졌습니다. 부장님 오늘은 제가... 아, 아니에요. 그쳐?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단편을 선호하게되고 이러한 경향에 맞춰서 애초에 단편을 상정하고 나오는 룰이 쏟아지기 시작했습니다. 예를 들자면 얼마전에 제가 냐브님과 믹하님 뵈러 구르는 사람들에 놀러갔을때 했던 "데타코토 사가"가 있습니다. 물론 데타토코는 뉴비이므로 이보다 더 좋은 예시는 많을 건데... 아 생각이 안 남(...) 덧붙여 혹자는 "COC가 D&D보다 인기가 많은 것은 바로 이러한 '단편성' 때문이다."라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아 실수. 일본에서는요. COC는 어지간해서는 캠페인으로 안하기 때문인데. 사실 할려면 할수 있지만, 대개의 경우 한 세션으로 정리해버립니다. 애초에 SAN치가 오래 버텨주지도 않(...) 그리고 세션 한번에 기승전결 짜임새있게 잘 뽑힌 시나리오도 많죠.




이런 경향을 파악해보면 TRPG와 ORPG의 차이가 점점 명확해지죠? 근대 솔직히 이 다음으로는 아직 제가 공부가 부족해서(...) 더 많다고는 하는데 솔직히 아직 완벽히 이해하거나 한건 아니라서 차이나 경향에 대해서는 이쯤에서 정리하도록 하겠습니다. 이제 그러한 전제지식으로 본론인 SNS에 대해서 이야기해보겠습니다.


이러한 ORPG의 환경에서 사람들이 가장 필요로하는 것이 무엇이었을까요. ORPG에 적합한 룰북인가. 그것도 아니면 훌륭한 PL 아니면 GM이 되기 위한 매뉴얼이 필요한가. 그것도 아니면 팀을 결성하는 법 유지하는 법인가. 그거야 뭐 사람마다 다를거 같은데, 제가 볼때 가장 필요한 것은 바로 그들만의 "커뮤니티"였습니다.


우리나라에서 RPG 좀 한다는 분들도 이것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거의 느끼지 못하는 듯 했습니다. 제가 봤을 때는요. 그렇지만 이것은 ORPG를 하는 사람들에게는 정말 간절한 부분입니다. 불확실한 일정 속에서 같이 할 사람을 찾아야 한다는 점도 그렇구요. 부족한 시간과 관심(응?) 속에서 정보를 확보해야 했습니다. 덧붙여 아무나 붙잡고 하는 꼴이지만 그래도 사람인데 어느정도 익숙한 사람도 필요했고, 친목도 필요했습니다.


한국과 같은 웹상에서의 대형 RPG커뮤니티가 없는 일본에서는 이러한 부분을 "블로그"와 "일기"의 연계로 처리했던 안습한 시절도 있었습니다. 의외로 잘 모르시는 사실인데, 일본에서는 TRPG가 상대적으로 너무 성장해서 이쪽으로는 한국보다 그다지 잘 되어 있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최근에 도돈토후와 위키, 스레를 중심으로 모인 사람들을 한번 더 통합하고자하는 움직임이 일어났고 그것이 SNS였습니다.

솔직히 말해서 이 프로젝트는 아직 시운전중이고 성공할지 어떨지 잘 모르겠습니다. 유명 원작자를 의도적으로 초빙해서 여기에 참석시키는 것이 상당한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아이디어는 봤는데, 아니 그래서 그 사람들을 초빙했답니까?


어쨌든간에, 이 SNS의 목적은 그렇습니다. ORPG를 하는 사람들을. 사실 TRPG를 하는 사람도 포함합니다만 도돈토후의 영향으로 ORPG쪽 사람이 더 영향권이라고 봐야 했습니다 (제 생각임! 오해 ㄴㄴ해! 근거없음!) 그러한 RPG를 하는 사람들을 한데 끌어모아서 서로 교류를 하는 장을 만들고, 더 나아가 언제든 손쉽게 사람을 모아 세션을 열수 있는 기회의 공간이 되는 것. 그리고 한 발짝 더 나아가서 "데이터"를 쌓는 것입니다.


이 데이터라는 것은 어떤 의미에서 소름끼치는 물건인데 일본의 RPG 일기에서 파생되어 나온 아이디어입니다. ORPG는 그 특성상 불특정다수 그리고 마치 온라인게임의 매칭과도 같은 만남이 자주 행해집니다. 물론 취향이나 장르. 특히 룰에 의한 장르의 구분으로 일차적으로 사람들의 취향이 걸러지기 때문에 약간은 안전빵이 있습니다만, 그것도 뚫고 등장하는 존재가 있습니다. 바로 "나에게 넌 루니였어" 두둥'ㅅ' 이론상 하루에 한번씩 세션한다고 쳤을때 한달에 100명 만나는 건 어렵지 않은 것이 이 바닥의 이야기입니다. 익명성이 보장되는 웹에서는 본명도 모르지만 솔직히 닉을 봐도 누가 누구인지 구분이 안되는게 사실입니다. 이럴때 웹상에서 도움을 줄수 있는 것은 이 사람은 어떤 성향의 사람이고 당신과 몇번의 세션을 했으며 무엇을 했다는 "데이터"를 남겨주는 부분입니다. 성향이나 그런 부분은 "프로필"로 자발적으로 밝히게 해두었고, 어떤 세션을 어떤 룰을 사용했는지는 매칭한 기록으로 남겨집니다. 이러한 특징덕에 1년에 어떤 GM과 몇개의 룰로 몇번의 세션을 했는지까지 파악이 가능하며, 더 나아가 그정도로 "엄선된" 사람들은 "안정적"이며 "안전한"사람이니 이 사람과는 장기 캠페인이 가능하겠다 라는 판단이 가능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특히 "시간대"가 서로 공통 된다는 점 하나와 서로 취향이 맞는다는 것이 서로 팀을 만들때 가장 중요한 덕목이 되는 ORPG세계에서 이 건 굉장히 땡큐땡큐하죠.


다만 제가 이것이 끔찍한 이유는 사람에게 "등급"이 매겨진다는 인식이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이거 때문에 싫어하는 분들이 계시는 걸로 아는 걸로 아는 데요. 어쩔수 없다고 말하긴 하고 솔직히 그렇게 생각도 하긴 하지만(...) 어쨌든 간에 제 예상으로는 아마도 한국에도 조만간 이러한 움직임이 있지 않을까 생각하곤 있습니다. 다이스 챗이라는 물건이 살아있었다면 벌써 나왔을지도 모릅니다만(...) 후... 현실이란... ORPG과 TRPG의 환경비교와 SNS의 등장과 그 이유에 대해서 이야기해봤습니다. 이상입니다. 어디까지나 제 사견이라는 점. 그리고 사실 자료가 충분치 않다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해봅니다. 에... 흘려 들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