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애스디
지난번엔 우리나라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RPG 시스템에 대해 소개해보았습니다. 자, 그럼 이제 플레이할 룰북도 정했다고 봅시다. 이제 그럼 룰을 익혀야 할텐데요. 어디서부터 시작하면 좋을까요?
1. 캐릭터 제작 룰 vs. 활용 룰
TRPG 룰북의 구성은 크게 다음과 같이 나눌 수 있습니다.
1) 플레이어 파트
1-1) 캐릭터 제작 규칙
1-2) 캐릭터 활용 규칙 (판정 룰, 전투 룰 등).
2) 마스터 파트
2-1) 진행에 관한 룰과 지침
2-2) 마스터용 데이터
...
플레이어가 신경 쓸 부분은 1-1)과 1-2)이지요. 이 중에서도 많은 분량을 차지하는 것은 대개 1-1) 캐릭터 제작 파트입니다. 따라서 초보자가 룰을 익히는 부담을 줄이는 가장 쉬운 방법은, 미리 만들어진 캐릭터를 사용하는 것입니다.
처음 플레이를 한다면, 마스터나 다른 경험자들에게 캐릭터를 대신 만들어달라고 해도 좋습니다. 혹은 캐릭터를 직접 만들더라도, 도움을 받는 쪽이 훨씬 수월합니다. 경험자는 해당 룰에서 캐릭터가 어떻게 구성되는지, 어떤 식으로 캐릭터 특성이 맞물려 돌아가는지 훨씬 잘 이해하고 있거든요. 대략적인 컨셉이나 역할을 정하고, 나머지 부분을 어떻게 채워야할 지 조언을 구하면 좋습니다.
2. 캐릭터 시트를 살펴보자.
캐릭터 시트는 각 시스템에 따라 완성된 캐릭터를 기록하는 양식입니다. 즉, 이 캐릭터가 플레이 속에서 무얼 할 수 있는지, 이 캐릭터가 다른 인물과 어떤 점에서 다른지에 관한 정보를 요약해 담고 있지요. 따라서 캐릭터 시트를 "읽고" 활용하는 법을 알면, 플레이에 필요한 룰을 대부분 익힐 수 있습니다. 룰북을 빠르게 익혀야 한다면, 캐릭터 시트에 적힌 항목이 무엇을 뜻하는지, 이게 플레이 속에서 어떻게 쓰이는지 파악하세요. 그러면 플레이 속에서 캐릭터와 룰을 어떻게 활용하는지 쉽게 감을 잡을 수 있습니다. 캐릭터를 직접 만들 때도, 무작정 제작에 들어가기보다 기존에 완성된 캐릭터 시트를 참고하면, 어떤 식으로 만들어야 할지 감을 잡는 데 훨씬 수월할 거에요.
아래에선 GURPS 캐릭터 시트를 토대로 룰을 파악하는 예시를 소개해보겠습니다.
사야 서머즈
컨셉: 일본도를 들고 싸우는 여고생 헌터 ([헌터들의 밤] 싸움꾼/복수자 템플릿).
특성치:
ST 13 HP 15
DX 14 의지력 12
IQ 10 지각력 10
HT 13 FP 13
장점: 무기의 달인(일본도), 전투반사신경, 예지몽, 딱 맞는 무기
단점: 집착(뱀파이어를 절멸시킨다), 충동적(9 이하), 천대계층(미성년자), 냉혹, 가난
기능:
양손검 18 DX+4
빨리뽑기(양손검) 16 DX+3
권법 15 DX+1
곡예 14 DX+0
비밀지식(뱀파이어) 12 IQ+2
신비학 11 IQ+1
응급처치 11 IQ+1
은밀행동 14 DX+0
오르기 14 DX+0
지역지식 12 IQ+2
시사지식(뒷골목) 11 IQ+1
속력: 7 이동력: 7
피하기: 11 받아내기: 13 막기: -
주먹: 1d+1 / 발차기: 1d+2
무기: 일본도(최고급) 2d+7/베기 리치 1,2 2600$ 2.5kg
1d+7/꿰기 리치 1
갑옷: 은닉형 방탄조끼 (몸통, DR 5) 1000$ 1kg
위의 시트는 [GURPS 헌터들의 밤] 시나리오 <피의 대리전>에 쓰인 PC입니다. 편의상 CP 계산 부분은 표시하지 않았습니다 (총 CP는 200).
이 완성된 캐릭터시트를 놓고 보자면, 수치로 된 부분(특성치와 기능)과 문구로 된 부분(장점, 단점)으로 크게 나눠볼 수 있지요. 수치로 표현된 부분, 특성치(ST, DX, IQ, HT 및 의지력, 지각력)와 기능은 성공 판정에 쓰입니다. GURPS 룰에선 6면체 주사위 셋(3d6)을 굴려 그 합이 특성치나 기능보다 낮게 나오면 성공입니다. 수치가 높으면 높을수록 성공확률이 높겠지요. 그만큼 캐릭터가 그쪽에 뛰어나다는 뜻이 됩니다. 특히 기능 부분에서 이 캐릭터가 어떤 일들을 얼마만큼 잘하는지 가늠해볼 수 있습니다. 여기 나온 사야 서머즈 같으면 주로 칼 들고 싸우거나 몸으로 뛰는 데 강하고 머리 쓰는 일은 상대적으로 약한 편이지요.
문구로 표현된 부분(장점, 단점)은 룰북에 나온 대로 일정한 효력을 갖습니다. 실제로 이 부분이 어떻게 적용되는 지는 룰북을 찾아봐야 하지만, 룰북 전체를 다 읽어볼 필요는 없는 거죠! 해당 부분만 찾아보거나 물어보면 이 부분도 어떻게 적용해야 하는지 금방 알 수 있습니다.
캐릭터시트만으로 파악하기 어려운 부분으로 "전투 룰"이 있습니다. 전투에서 어떤 수치가 어떻게 쓰이고 각 단계가 어떻게 처리되나 하는 부분이지요. 위의 GURPS 캐릭터시트 예시에서 전투에 쓰이는 부분은 [양손검] 등 전투 기능 실력과 [속력], [이동력], [피하기], [받아내기], 무기와 갑옷 수치 등입니다. 이들이 실제로 어떻게 쓰이는지 자세한 설명은 생략할게요. 요지는, 전투에 어떤 수치가 어떻게 쓰이는가 부분은 따로 익혀둘 필요가 있다는 점입니다. 그렇다고 지레 겁먹을 필요는 없습니다. 대개의 전투 룰은 비슷비슷하고, 한번 진행해보면 어떤 식으로 돌아가는지 감을 잡을 수 있으니까요.
3. 맺음말
다른 시스템을 접할 때에도, 캐릭터시트를 보고 룰의 핵심을 파악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대개의 RPG 시스템에선 캐릭터시트가 위와 같이 판정에 쓰이는 수치들(특성치, 기능, 전투 능력치 등)과 추가적인 특성을 나타내는 부분(장점, 단점, 특기, 면모 등)으로 크게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를 참조해 기본적인 성공 판정을 어떻게 하는지, 캐릭터가 가진 특성이 어떻게 쓰이는지, 전투 진행은 어떻게 하는지를 차근차근 알아가면 시스템을 익히는데 수월할 거에요.
오늘 내용을 요약하자면 아래와 같습니다.
- 미리 만들어진 캐릭터 시트를 쓰면, 캐릭터 제작 룰을 익히는 부담을 덜 수 있다.
- 완성된 캐릭터시트를 파악하고 활용하는 법을 익히면 기본적인 진행이 가능하다.
새로운 룰을 처음 접할 때는, 주변의 도움을 받거나 견본 캐릭터를 참고하는 등으로 도움을 받으면 좋겠습니다. 캐릭터시트가 어떻게 구성되는지, 각 수치/특성이 어떻게 쓰이는지 파악하고 실제 플레이를 경험해보세요. 그리고 감이 잡히면 자기가 원하는 대로 직접 캐릭터 제작에 도전하면 좋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