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초청 기사/특별 코너

[던전월드] PC로부터 정보를 어떻게 끄집어내나요? (by 몽테)

네이버 카페 [TRPG 클럽 D&D]에 올라온 질문과 답변인데, 몽테님의 허락을 받아 소개하려 합니다 ([The RPGist]의 첫 외부 초청 기사입니다^^). 원 출처는 http://cafe.naver.com/trpgdnd/54053 입니다.




Q. PC로부터 정보를 어떻게 끄집어내나요? (Shadow3932님)


던전월드 원칙 1. '다 같이' 세계를 만들어 간다.

그렇지만 어느 정도 선에서 마스터가 준비해야하는게 있을텐데요.


일단 첫 번째 질문. 국면을 작성할 때, '플레이를 통해서 알아낸다' 를 전부 마스터가 설정해야 하나요?

예를 들어, 전 이번 플레이에 '잊혀진 고신' 을 내보내고, '거미왕의 봉인' 의 흑막을 플레이를 통해 알아내게 하고 싶습니다. 이 경우, 플레이어는 여기 전혀 간섭하지 못 하는 건가요? 일단 제가 정해놓고, 플레이를 통해 보여줄 수 밖에 없을까요?


두번째. PC가 TR에 익숙하지 못하거나 부끄러움을 많이 타거나, '지식 더듬기' 등의 액션을 잘 이용하지 못하는 등 정보 제공을 제대로 못 할 때, 어떤 식으로 정보를 얻어내나요?


'문을 넘어선 곳에는 무엇이 보입니까?' 라는 식으로 캐냈지만... 이런 식으로는 두루뭉실하고 그리 필요 없는 정보만이 튀어나오더군요. 국면을 작성하고 맵을 꾸미려면 어느 정도 정보가 필요한데... 이대로라면 힘들 것 같습니다. 일단 대체적으로 '지식 더듬기' 등을 이용한다는것은 알고 있지만...




A. (몽테님의 답변)



[1] '플레이를 통해서 알아낸다'를 전부 마스터가 설정해야 하나요?


플레이어와 함께 설정하는 방법과 마스터가 직접 설정하는 방법 두가지 모두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국면부터 설명을 드리자면, PC가 아무런 간섭을 하지 않았을 때 악의 세력이 세계에서 어떻게 활동을 할 것인지를 나타내는 계획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별일이 없으면 아침을 먹고, 씻은 후에 회사나 학교에 가는 것처럼 차근차근 진행되는 거죠.


어느정도는 마스터가 설정을 해두고 이야기를 진행하는 것입니다.


제 플레이를 통해 예를 들자면,


PC들이 아무런 활약을 하지 않았다면?


1. 사교 집단이 자신을 도울 세력을 포섭한다.

2. 그 세력을 통해 세계를 공격할 골렘들을 제작한다.

3. 골렘들이 세계에 퍼져 있는 아티팩트들을 모은다.

4. 모은 아티팩트로 고대 병기를 부활시킨다.


재앙 : 고대병기가 세계를 파괴한다.


와 같은 현상이 벌어질 것입니다.


여기서 제가 마스터하고 있는 팀에서는 이미 1번과 2번은 진행되어 있는 상태였고, PC들은 3단계에 만나서 방해하기 시작했지요.  


즉, 제가 다 정해둔 겁니다! 바로 마스터가!

그러면 플레이어들이 간섭할 여지가 전혀 없어보이지만, 저는 큰 계획만 만들었을 뿐 세세한 내용은 설정하지 않았습니다.


아침밥을 먹겠다는 계획을 했지만,아침이 샌드위치인지, 김치찌개인지는 정하지 않은 것이죠.

그것은 플레이를 통해서 알아야 하는 겁니다.


그럼 Shadow3932님의 플레이를 통해 조금 이야기해보겠습니다. 지금 '잊혀진 고신'이 '거미왕의 봉인'을 통해, 혹은 '거미왕'을 통해 뭔가 꾸미고 있는 일이 있을 것이고, 그 단계는 제가 위에 준비한 국면 처럼 마스터가 준비를 하면 되는 겁니다.


그러나 그 세세한 내용은 플레이를 통해 정하는 겁니다.


잊혀진 고신이 NPC가 부활을 시키려는 존재인 것인지,

램프에 봉인되어 있는 존재인지,

아니면 땅불바람물마음 다섯 가지 힘이 깃든 반지를 모아야 되는 것인지를,

플레이를 통해 자연스럽게 드러나게 됩니다.


혹은 그들이 거미왕을 이용해 자신을 부활시키려는 것인지,

오크 부족을 부리고 있는 건지, 어리석은 마법사가 부활시키려고 하는 것인지를

플레이를 통해 알게 될 것입니다.


어떻게 플레이를 통해 정할까요?


여기서 마스터가 자신에게 주어진 떡밥 및 소재, 정보들을 소화하는 능력들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플레이어들에게 중간중간 질문하거나, 만들어진 npc, 발견한 보물이나 싸우게 되는 몬스터들을 통해 얻은 정보를 바탕으로 제일 가능성이 높거나 재미있는 것을 선택하는 것이죠.


이 부분에 대해서는 제가 과거에 마스터 했던, 초보자 2회 플레이 시나리오인, 버려진 아이들의 왕 후기를 참고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여기서 제가 처음에 정해놨던 흑막과 플레이를 통해 흑막이 변해가는 과정을 적어놨습니다.


플레이어들에게 자꾸 질문을 던지세요. 비어있는 곳을 플레이어들에게 채우게 하면서 나오는 떡밥들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완성하는 겁니다.




[2] 플레이어들로 부터 어떤 식으로 정보를 얻어내나요?

 

저도 처음에 던전월드를 플레이했을 때, "당신이 발견한 것을 묘사해보세요." 라는 대답에 섯불리 묘사하지 못했습니다. 이유는, 제가 어디까지 묘사할 권리가 있는지 알 수가 없었기 때문이죠.


마스터가 어느정도 이야기를 준비했을 텐데, 제가 묘사한 걸 통해 마스터가 준비한 국면 자체를 박살 낼 수도 있으니, 조심스러워지게 되더군요.


저는 플레이어들이 해당 장면을 묘사하지 못하는 제일 큰 이유는 어디까지 묘사해도 되는지를 모르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자유롭게 글을 쓰시오.'라고 할 때 보다, '고등학교때 있었던 재밌는 일에 대해 쓰시오.' 라고 했을 때 더 쉽게 쓸 수 있는 법입니다.


Shadow3932님의 질문이었던 '문을 넘어선 곳에는 무엇이 보입니까?'에는 질문을 하는 의도가 느껴지질 않습니다. 그러면 플레이어들은 "경비병이 돌아다니고 있고, 사람들이 분주히 돌아다니며, 집들이 여러채 보입니다." 와 같은 두루뭉실한 대답밖에 못하죠.


대신,


"A님은 사제라고 했죠? 그럼 이 도시에도 해당 사제의 신전이 있습니까? 그 신전에는 당신이 알고 지내는 사람이 있나요?"

"B님은 돈을 받고 괴물 퇴치에 참가한 사냥꾼이라고 했죠? 그럼 그때 같이 사냥했던 동료는 있습니까? 그도 이 마을에 있을까요?"

"C님, 당신은 아티팩트를 찾고 있다고 했는데, 이 마을에서 관련 정보를 얻을 수 있을까요?"


라고 구체적으로 질문을 하면 아 마스터가 어떤 답을 원하는구나 라는 것을 캐치하고, 좀더 구체적으로 필요한 답변들을 만들어낼 것입니다.


그 이후에는 오히려 플레이어들이 먼저 제안하기 시작하죠.


심지어 제가 마스터하고 있는 팀에서는 플레이어들이 드립본능을 참질 못하고, 자신들에게 불리한 상황을 먼저 입밖으로 꺼내기도 합니다. 그럼 저는 친절하게 그 상황을 연출해주곤 하죠.


마스터 : "악당이 쥐고 있던 리모콘이 고장나면서 그가 당황합니다. '이렇게까지 할 생각은 없었는데!'"

플레이어 1 : "어... 설마 바닥이 통째로 사라지나요?"

플레이어 2 : "저도 그 생각하고 있었는데. ㅋㅋㅋㅋ"

마스터 : "그렇습니다. 플레이어1의 불안한 예감은 적중했습니다. 바닥이 갑자기 꺼지려고 하는 찰나입니다! 아무 행동도 안하면 여러분들은 떨어질겁니다. 어떻게 할건가요?"


와 같이 말이죠 (...)


좀더 이야기에 관련된 정보를 꺼내려면 마스터가 미리 준비한 국면과 이야기를 바탕으로 자세히 질문해야 합니다.




* 몽테님이 쓰신 [던전월드] 관련 글 모음.

: 플레이어에게 질문을 던지고 활용하는 던전월드 특유의 플레이에 관해 쓰신 글들을 같이 소개합니다.


- 던전월드, 리플레이로 따라잡기! (1) 이야기를 시작하자

- 던전월드, 리플레이로 따라잡기! (2) 전투를 시작하자

- 던전월드, 리플레이로 따라잡기! (3) 모험을 시작하자

- 던전월드, 리플레이로 따라잡기! (4) 마무리를 시작하자


- 던전월드, 마스터가 되는 방법: 던전월드만의 묘미

- 던전월드, 마스터가 되는 방법 2: 커스텀 액션

던전월드, 마스터가 되는 방법 3: 위험요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