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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이 예시/자료실

[메르시아의 별] 중편 캠페인 후기

by 애스디


지난 2월부터 넉 달 가량 진행한 [메르시아의 별] 중편 ORPG 캠페인을 어젯밤에 마쳤습니다. 총 11번 모임(준비 세션 2회, 플레이 9회)을 가졌고요. 자세한 내용은 팀블로그(http://fatecore.tistory.com)를 참고해주세요.




1. 플레이 요약


지방 이름은 메르칸디아로, 과거 마법으로 세계를 제패했다 도시국가로 쪼그라든 코린토스, 풍요로운 땅을 안은 긍지 높은 공화국 오리움, 떠돌이 여행자와 상인의 나라 암플렉타, 거대 광산을 끼고 발달한 공업국 페룸 왕국이 자리했습니다. 초반의 무대는, 제국의 압제 아래서 마동병기 생산기지로 전락한 페룸이었고요. 여기서 제국의 거대 마동병기 제작을 저지하던 중, 지하의 고대 드워프 왕국 유적을 발견합니다. 바로 제국과 다른 방식의 기관마법과 자동기계 문명이었고요. PC들은 이 유산을 코린토스로 가져와 고대의 기술을 복원하고 비밀리에 마동병기를 생산합니다. PC들이 이끄는 군대는 각지의 총독부 주둔군을 차례로 격파하며 세력을 불리고, 마침내 정예 13군단마저 물리치고 제국에서 해방을 쟁취했고요. 제국이 악마와의 전쟁으로 분주한 틈에 '메르시아의 별'을 상대할 결전병기를 만들기로 하지만... 과거사와 불신 때문에 공동 제작한 결전병기를 나눠 갖고 서로가 서로를 경계하는 냉전 체제로 평화가 자리잡게 됐습니다.

초기 설정을 제국의 군수산업체제에 편입돼 고도로 산업화된 지방으로 잡았고, 결과적으로 또다른 기술문명의 힘으로 제국을 상대하는 결말이 된 것 같습니다. 페룸 지하에 잠든 '고대 드워프 왕국 유적'이 드러나면서 전개가 크게 달라졌던 듯 싶네요. 전반적으로 저의 암울한 환타지펑크 취향이 많이 반영되었고요.



2. [메르시아의 별] 및 페이트 코어 플레이 소감

책으로 봤을 때는 무척 매력적이던 [페이트 코어]와 [메르시아의 별]이었지만, 실제 플레이는 기대만큼 순탄하지 않았다는 게 전반적인 감상입니다. 페이트의 면모 규칙을 제대로 활용하는데 역시 적응하는 시간이 제법 걸렸었고요. 같이 의논하면서 장면을 만들고 장면의 완급을 잘 조정해야 하는데, 그런 점도 쉽지 않았던 것 같아요.

[메르시아의 별]은 무엇보다 참가자들이 다같이 설정에 참여한다는 게 매력인데요. ORPG고 처음 모여서 합을 맞추다보니, 준비과정이 생각처럼 잘 풀리진 않더라고요. 모여서 채팅으로 애기하다 보면 금방 시간이 훌쩍 지나버리고, 충분히 소통하기도 어려웠고요. 양산박 팀처럼 오랫동안 같이 플레이하고 호흡이 잘 맞는 팀에서 하면 이상적이었을 듯 합니다. 결국 세부설정은 각자 따로 추가해 올리고 이걸 마스터가 취합하는 식으로 돌아갔어요.

[페이트 코어]를 제대로 하려면 역시 면모를 잘 살려야 하는데, 캐릭터 면모도 5개나 되고 속국 면모도 여럿이다 보니 일일히 살리기 어렵다는 평이 있었습니다. 면모 2-3개만 갖고 시작하고 진행하면서 흐름에 맞게 면모를 정하고 필요에 따라 수시로 업데이트하는 게 낫겠다는 싶고요. 한편 페이트의 4dF 굴림이 생각보다 난수 폭이 크지만, 대신 성공이든 실패든 진행이 막히지 않고 이어질 수 있는 듯 합니다 (대가를 치르고 성공한다든지...). 던전월드나 GURPS 같은 룰처럼 자주 판정하는 건 아니지만, 각각의 판정이 좀더 극적으로 영향력이 크다는 얘기도 있었고요. 끝으로 페이트 코어의 기능 구분이 쓸데없이 세부적이라 오히려 불편했다는 평이 있었습니다 (중간에 [접근전]과 [사격]을 [전투]로 통합하기도 했습니다). 기능을 아예 프리폼으로 정하는 게 좋겠다 싶기도 하고요.



3. 페이트 시스템 툴킷 활용

좀더 세상의 변화가 체계적으로 표현되면 좋겠다는 의견이 있어, 후반부에선 등장하는 조직/세력별로 기능과 면모를 부여하고 변화를 반영했는데 꽤 괜찮았던 듯 합니다. 페이트 프랙탈(제3법칙)을 활용한 예지요. 더불어 시스템 툴킷의 [사회적 대결] 장에 나오는 동기와 방침을, NPC와 조직을 운용하는데 참고했고요.

PC들이 마동병기를 양산하고 반군세력을 모아 결전을 벌이는 최종장에서, 대규모 전투 룰을 사용했는데 이것도 꽤 재미있었습니다. 개인 액션과 부대 액션 단계를 번갈아가면서, 거시적 흐름과 그 안에서 PC의 활약을 좀 담아보려고 했고요 (실제론 개인 액션을 부대 액션으로 바꿔쓴 경우도 많았지만...). 이런 식으로 다양한 스케일의 흐름을 같은 룰로 구현할 수 있다는 게 페이트 시스템의 장점인 것 같아요. 보다 거시적인 수준의 전개도 같은 룰로 다룰 수 있어서요.



* 맺음말

[페이트 코어] 책을 볼 때는 어떤 내용이든 극적으로 풀어낼 수 있는 '성배'처럼 보였는데, 여전히 다루기가 쉽진 않다는 감상입니다. 장면 내에 등장하는 면모는 많은데, 제대로 쓰이는 건 별로 없었다는 느낌? 쓰인다고 해도 주로 단순히 판정에 +2 보너스 식이 된 적이 많고요. 좀더 참가자들이 장면 속에 있을 법한 면모를 자유롭게 제안하고, 그때그때 [기회 만들기]도 많이 시키는 식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 한편, 역발현은 PC에게 불리한 일이다 보니 다소 거부감이 있는데, 꼭 불리한 식이 아니더라도 캐릭터가 자신의 [면모]를 잘 롤플레이했을 때도 포상하는 방식도 어떨까 하고요. 이러면 좀더 면모에 따라 움직일 유인이 생기지 않을까 싶기도 하네요 (대신 기본 운명점을 낮게 잡아도 될 듯...).

당장은 좀 소진된 느낌인데, 나중에 기회가 되는 대로 페이트 시스템으로 이것저것 다시 도전해볼까 합니다. 직접 해보니까 페이트 코어보다 기동형 페이트 같이 단순한 방식이 더 끌리기도 하고요. 뭔가 좋은 아이디어 있으면 같이 나누면 좋을 것 같아요-.


p.s. [FATE Core 연구회] 블로그는 일단 유지하면서, 페이트 코어 관련 자료와 글을 모으고 이후 단편 테스트 플레이 등에 쓸까 싶네요. 혹 이용에 관심 있으면 연락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