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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PG 입문

초보자를 위한 D&D 시리즈 가이드

by 애스디


던전 앤 드래곤 (Dungeon & Dragons, D&D) 시리즈는 가장 역사가 오랜 TRPG 시스템이기도 하고, 우리나라에서도 초보자를 비롯해 많은 사람들이 찾는 시스템이지요. 하지만 D&D 3판/4판/5판과 패스파인더 RPG 등 판본이 많아서 관련정보를 찾기도 쉽지 않은 점이 있습니다. 여기선 초보자분들을 위해 D&D 주요 판본을 소개/비교하고 관련 자료를 어떻게 찾아보면 될지 알려드릴게요. (참고: 나무위키의 D&D 판본별 링크)





1. D&D 시리즈의 변천사




D&D의 제작자 개리 가이각슨이 세운 TSR 출판사에서는 초급자/소년용의 D&D와 상급자용의 AD&D (Advanced Dungeons and Dragons)을 병행해 출간했습니다. 90년대 중반 한국에 출간된 D&D 클래식은 이때의 초급자용 D&D고요. 한편 AD&D는 20년간 다양한 세계설정과 추가자료를 내놓으며 사랑을 받았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초기부터 AD&D를 들여와 플레이한 팀이 제법 있었고요. D&D 클래식 룰이 적용된 게임으로 오락실 D&D의 게임 [섀도우 오버 미스타라]가 있고요. AD&D 룰이 적용된 컴퓨터 게임으론 [발더스 게이트 시리즈]가 대표적입니다.


1997년에 TSR 출판사가 도산해 Wizards of Coast 사에 넘어가면서, D&D 시리즈는 대격변을 맞습니다. Wizards of Coast 사는 AD&D에서 'Advanced'란 말을 떼고 새 판본인 D&D 3판을 냅니다 (2000년). 1d20에 능력에 따른 보너스를 더해 난이도(DC) 이상이 나오면 성공하는 D20 시스템이 룰의 기본이 되고요. 종족과 멀티클래스 조합을 자유롭게 허용하는 혁신적인 시스템이었지만, 이후 클래스 간 밸런스가 문제가 되어 2003년에 개정판인 3.5판이 나옵니다.


그러나 3.5판에서도 클래스 간 불균형(특히 주문시전자 클래스의 강세)은 완전히 해결되지 못하고, Wizards of Coast 사는 2008년에 새로운 D&D 4판을 내놓습니다. D&D 4판은 클래스별 능력을 보다 동등하게 맞추고, MMORPG 같은 게임성과 협동 플레이를 추구했습니다. 룰은 한결 빠르고 전술적인 재미는 발군이었지만, 전투 외의 측면이 너무 빈약해 크게 호불호가 갈렸지요.


이렇게 전술 게임화된 4판보다 여전히 3판을 선호하는 수요가 많았고, 이를 노리고 D&D 관련 잡지와 자료를 내던 Paizo 출판사에서, "D&D 3.75판"이란 기치로 [패스파인더 RPG]를 만들었습니다. 패스파인더는 D&D 3판/3.5판의 문제점을 대폭 개선하고 클래스 간 밸런스를 절묘하게 맞추면서 대박이 났고요. 급기야 패스파인더 RPG의 매출액이 본가 Wizards of Coast 사에서 내는 D&D 4판을 앞지르기에 이릅니다. 


이런 와중에 2014년 여름부터 나온 D&D의 최신 판본이 D&D 5판입니다. D&D 5판은 D&D Next란 이름으로 개발이 시작됐고, D&D 클래식과 AD&D부터 D&D 3판, 4판에 이르는 다양한 팬이 즐길 수 있는 시스템을 표방했습니다. 결과적으로는 D&D 4판보다도 간결하면서 균형잡힌, 초보자 지향 시스템이 된 듯 합니다. 아직 출시된지 오래되지 않았으니 앞으로 행보는 지켜봐야겠지요.





2. D&D 룰북의 구성과 특징



AD&D 이후의 D&D 룰북은 모두 플레이어 핸드북 (Player's Handbook, PHB), 던전마스터 가이드 (Dungeon Master's Guide, DMG), 몬스터 매뉴얼 (Monster Manual, MM)의 세 권이 기본 룰북입니다 (코어 3종). 플레이어는 플레이어 핸드북만 있으면 되지만, 마스터는 시나리오를 준비하고 진행하기 위해 몬스터 매뉴얼과 던전마스터 가이드가 필요합니다. 더불어 모든 판본에서 다면체 주사위 세트(d4, d6, d8, d10, d12, d20)를 씁니다.


D&D 시리즈는 코어 룰북 3권 말고도 다양한 추가자료를 냅니다. 추가 옵션과 데이터를 담은 PHB2, DMG2, MM2이나 각종 종족/클래스별 서플리먼트가 많이 나오는 편이고요. 한편, D&D 시리즈는 포가튼 렐름즈, 미스타라, 드래곤랜스, 플레인스케이프 등 다양한 세계관으로도 유명합니다 (던전 앤 드래곤/세계관 참조)요즘 가장 잘 나가는 건 [발더스게이트], [네버윈터 나이츠]와 드리즈트 두어덴 사가로 유명한 '포가튼 렐름즈'일테지요. 마지막으로 곧바로 플레이에 쓸 수 있는 어드벤처 모듈(시나리오집)도 있습니다. 


D&D는 알다시피 전사, 마법사, 성직자, 도적 등이 한 팀이 되어 모험을 하는 던전 판타지 장르를 다루고요. 1레벨에서 시작해 최고 20레벨(4판에선 30레벨)까지 캐릭터가 성장해가는 맛이 있어 중장편으로 하는 팀이 많습니다. 더불어 플레이에서 전투의 비중이 높고 전술적인 재미를 강조하는 편이고요. 시스템 자체의 강점을 꼽자면, 역시 오랫동안 축적된 방대한 설정과 데이터(다양한 괴물, 마법, 아이템 등)를 꼽을 수 있고요. 이런 자료를 활용해 무궁무진한 모험거리를 뽑아낼 수 있습니다.





3. 판본별 소개 및 관련자료


2016년 현재 우리나라에선 D&D 5판과 패스파인더 RPG를 가장 많이 쓰는 듯 하고요. D&D 3.5판이나 4판은 전에 하던 사람만 일부 하는 편입니다. AD&D, D&D 클래식을 쓰는 팀은 찾기 어렵고요. 아래에선 주로 쓰이는 판본의 특징과 함께 관련 링크를 안내할게요.




(1) 패스파인더 RPG / D&D 3.5판 


- 복잡성: ★★★~★★★


패스파인더 RPG는 위에서 얘기한 대로 D&D 3.5의 개량판이라 거의 같은 룰입니다 (상호호환 가능). 요즘은 패스파인더 RPG 쪽이 좀더 주류인 것 같아요. 


D&D 3.5판은 4판이나 5판에 비해 복잡하고 세세하게 캐릭터를 만듭니다. 다양한 클래스/상위직/아키타입을 조합할 수 있고, 재주(feat)와 스킬의 폭도 넓어 원하는 대로 캐릭터 빌딩을 하기에 좋아요. 마법 주문과 마법물품 데이터도 가장 방대합니다. 그래서 캐릭터를 자기가 원하는 대로 세세하게 만들고 싶은 사람에게 잘 맞습니다. 여러가지로 빌딩이나 꼼수를 연구할 여지도 많고요. 대신 그만큼 밸런스상 문제가 생기기 쉽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더불어 보조자료를 많이 쓸수록, 캐릭터 최적화에 치중하게 되는 면이 있고요.


D&D 3.5판은 SRD(System Reference Document)라는 형태로 코어 룰의 내용을 거의 다 공개하고 있습니다. 다만 Product Identity에 해당하는 고유명사나 설정, 문구와 이후 발간된 서플리먼트 내용은 포함되지 않습니다. 패스파인더 RPG 역시 이 정책을 계승했고요. 한층 대인배스럽게 자사에서 발간하는 룰북은 모두 PFSRD로 공개하고, 종이책과 어드벤처 모듈을 팔아서 수익을 내고 있습니다. 


이들 SRD 번역본이 일부 있지만, 대개 플레이어 핸드북 위주로 일부에 그친 경우가 많습니다. 플레이어로 참가한다면 번역본으로 룰을 익힐 수 있겠지만, 마스터로 진행하려면 결국엔 영문 룰북(몬스터 데이터 등)을 찾아서 봐야 할 거에요. 아래 링크를 참고하세요.


- D&D 3.5판 SRD 일부 번역본 (by EarthCrash)

- d20SRD.org 사이트(영문) / D&D Wiki(영문)

- 패스파인더 RPG 전문 카페 [창조의 회랑] (자체 위키 운영 중)

- 패스파인더 RPG 한국어 번역 사이트 

- 패스파인더 RPG SRD 팬 사이트(영문)




(2) D&D 4판


- 복잡성: ★★


D&D 4판은 D&D 3.5판보다 룰을 간략화하고 클래스 간의 균형(특히 전투에서)을 맞추는데 치중했습니다. 각종 멀티클래스, 재주, 마법주문, 장비 등을 조합할 가능성은 제한한 대신, 맵을 이용한 전술 전투에 최적화되어 있습니다. 클래스별로 탱커(디펜더), 딜러(스트라이커), 힐러(리더), 컨트롤러의 역할을 명시적으로 부여하고, 그에 따라 협력해 전투를 진행하는 MMORPG 같은 형태가 되었지요. 기본적으로 모든 클래스는 같은 수의 특수능력('파워')을 가져 클래스 간의 밸런스를 철저히 맞추면서, 위의 역할분담에 충실하게 만들어졌고요.


단, D&D 3판처럼 캐릭터의 고유한 개성을 살려내기는 힘들고요. 전투 부분에 크게 신경을 쓴 것과 달리, 그외의 부분은 상대적으로 빈약해져서 철저히 전투 위주 게임이 되었다는 비판을 받았습니다. 룰이 전투 상황 위주로 맞춰져서, 예전보다 마법 주문이나 스킬 투자 등 캐릭터 능력으로 비전투 상황을 해결할 수단이 제한된 면이 많습니다.


D&D 4판부터는 SRD 정책이 변경돼 룰북 내용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팀마다 내부 번역자료를 갖고 돌리는 편은 많으니, 플레이어로 참가시 문의해보세요 (플레이어로 참가시 알아야 할 규칙은 간단한 편입니다).


- D&D 4th Wiki 사이트(영문)




(3) D&D 5판


- 복잡성: ★☆


D&D 5판은 능력치 판정 위주로 룰을 다시 간략화하면서, D&D 클래식과 비슷한 초보자 지향의 시스템이 되었습니다. 클래스마다 뚜렷한 개성과 옵션을 가지면서도 고루 활약할 수 있도록 짜여져 있습니다. 특히 캐릭터의 배경과 성격 특성 같은 부분을 추가해 롤플레이도 장려하는 면이 있고요. 유리함/불리함으로 상황에 따른 수정을 통합하고 메모라이즈 시스템을 개량하는 등, 간단하면서도 룰의 완성도가 높습니다. 멀티클래스도 허용되지만 단일 클래스를 올리는 쪽이 유리하도록 개량되어 있습니다.


단점을 꼽자면, 기존의 3.5판이나 4판을 하던 사람들은 심심하다고 느낄 정도로 캐릭터 빌딩, 최적화 요소는 덜하다는 점입니다. 룰을 깊이 파고들고 상세한 구현을 원하는 사람은 D&D 3.5판이나 패스파인더 쪽이 어울릴 거에요. 그래도 현 시점에서 초보자가 D&D를 시작한다면, 단연 5판을 추천하고 싶습니다. Wizards사가 그간의 노하우를 한데 모은, 세련된 "21세기식 D&D 클래식"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과거의 D&D 클래식은 접근성은 몰라도 룰 자체는 정말 누더기 같았거든요)


D&D 5판도 SRD로 기본 룰 대부분을 공개하고 있습니다. 원한다면 맛보기로 플레이하기 좋을 거에요. 다양한 캐릭터 메이킹 옵션과 제대로 된 몬스터 데이터, 플레이 운영 지침, 마법물품 데이터 등은 코어 룰북을 사야 하고요. 아쉽게도 D&D 5판은 해외에 번역출간을 금지하는 정책을 펴고 있습니다. 그래도 룰은 정말 간단한 편이니 팀만 구한다면 쉽게 익힐 수 있을 거에요. 룰이 궁금하다면 위에 링크된 Basic D&D 문서를 참고해보시고, 괜찮겠다 싶으면 코어룰북을 사보시면 될 거에요.


D&D 4th Wiki 사이트(영문)




* 해외 룰북 구입요령


현재로선 D&D 5판 등 최신 룰북을 사려면, 직접 종이책을 구매하는 수 밖에 없습니다 (D&D 3판이나 4판은 SRD 등 웹사이트를 참고하거나, Wizards of Coast사의 Character Builder 서비스 등을 이용하는 길도 있습니다). 'Dungeons & Drangons 5th / 4th / 3.5' + 'Player's handbook / Dungeon Master Guide / Monster Manual' 등으로 검색해보세요 (주의: Starter set는 시작용 모험만 담고 있는 맛보기용 세트입니다). 국내 인터넷 서점에서 찾기 어렵다면, Amazon 등에서 원하는 책을 검색해 ISBN (국제도서번호)를 알아내면 됩니다. 국내 서점에서 ISBN으로 외서를 검색, 주문하면 간편하죠.





4. D&D를 대체할 룰은 없을까요?


D&D를 접하는 데는 역시 언어 장벽이 제일 클 것 같습니다. 플레이어로 참가한다면 그나마 팀의 도움을 받을 수 있지만, 마스터를 하려면 아무래도 직접 영문 룰북을 찾아봐야 해서요. D&D 룰북은 원체 쉽게 쓰여진 편입니다만...


판타지 모험물에 관심이 있다면 [던전월드]를 꼽을 수 있습니다. 다만 [던전월드]는 장르는 같아도 플레이하는 방식이 D&D 시리즈와 꽤 다릅니다. D&D는 룰북에 나오는 방대한 데이터와 설정을 버무려 시나리오를 만들고, 룰에 따라 전술적인 전투를 즐기는 게 주된 재미거든요. 반면, [던전월드]는 보다 느슨한 룰로 극적인 장면과 이야기 전개를 즐기는 쪽입니다 (전투에서 '턴' 개념조차 없지요!).


D&D처럼 전투 위주의 화끈한 플레이를 하고 싶다면, [새비지월드]가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다만, 새비지월드 코어룰북은 범용룰이라, 던전 판타지 장르의 깊이와 데이터는 모자랄 수 있고요. 새비지월드 기반으로 개발 중인 [아키 블레이드 TRPG] 등 판타지 장르 서플리먼트가 나오면 보다 도움이 될 듯 하네요.


초여명에서 2016년 초에 낸 [제13시대]는 D&D 3판과 4판 개발자들이 만든 D&D의 또다른 개량판입니다. 인디 RPG의 흐름을 받아들인 보다 가벼운 D&D에 가깝다는 평입니다. 



장문의 글이 되었습니다. 아무쪼록 D&D에 관심 있는 분들께 도움이 되면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