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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스템 리뷰/활용

페이트 코어의 대결 장면 운영


페이트 코어의 '대결'에 관해 몇 가지 포인트를 짚어 보았습니다.




1. 무엇이 대결인가?

캐릭터들이 서로를 해치려고 하는 상황을 대결이라고 합니다. 주먹싸움, 총싸움, 칼싸움 등 전투가 이에 해당되지만, 거친 심문, 정신 공격, 애인과의 격렬한 말다툼도 가능합니다. 관련된 캐릭터들이 모두 서로에게 피해를 줄 능력과 의사가 있으면 그것은 대결 장면이 됩니다. (7장 난관, 경쟁, 대결. p.164)

...

시작하기 전에, 이 대결에서 각자의 목적이 무엇인지를 알아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사람이 싸우는 데에는 이유가 있고, 남을 해치려 할 정도라면 뭔가 긴급한 이유가 있기 마련입니다. (p.168)

기존의 전투 위주 RPG와 달리, 대결에서 각자의 목적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습니다. 그래야 '물러나기'란 선택이 가능하니까요. 




2. 대결 중에 "물러나기" 


'물러나기'와 패배 후 전개를 열어두는 게 페이트에서 대결을 다룰 때 핵심인 것 같습니다 (제가 플레이할 때는 물러나기를 별로 쓰지 않은 것 같아요). 대결 중 '물러나기'에 따른 룰이 꽤 많습니다 (p.177)


  1) 물러나기를 선택한 자체로 운명점 1점을 받고, 추가로 대결 중에 입은 타격 하나마다 1점씩 더 받습니다.

  2) 대결에서 패배한 결과의 서술을 자기가 정할 수 있습니다. (최악의 결과는 면합니다)


뿐만 아니라, 스트레스와 타격 규칙도 전투 중에 물러날지, 위험을 감수하고 계속 싸울지 고민하는 기반이 됩니다. 타격이 오래 가고 회복이 어려운 점도 이 때문일 테고요.


* 물러나기: 조연급 NPC는 가능한 한 끝까지 싸우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대신 대결에서 자주 물러나게 하십시오 (이야기 초반에는 특히). 그리고 물러날 때는 도망치게 하는 것이 많은 경우 적절합니다. 이런 식으로 물러나게 하면 좋은 점이 몇 가지 있습니다. 우선, 나중에 그 NPC와 다시 만나 싸울 것이라는 암시가 됩니다. 게다가 물러나면 운명점을 받게 되므로, 다음에 등장할 때는 더 큰 위협이 될 것입니다. 그리고 한번 그렇게 물러난 NPC가 다시 나타나면 플레이어들이 좋아합니다. “그래, 랜든. 이렇게 또 만나는군! 하지만 이번에는 전처럼 되지 않을 것이야.”


  마지막으로, NPC가 위험할 때 도망치는 모습을 보이면, 플레이어들도 궁지에 몰렸을 때 PC를 물러나게 할 생각을 하게 됩니다. 가끔씩은 PC들이 대결에서 물러나는 것도 좋습니다. 그러면 위기감이 조성되고 새로운 골칫거리가 자연히 생겨나서, 이야기가 그만큼 더 극적으로, 흥미진진하게 진행됩니다. (8장 플레이의 운영, p.228)

NPC 운영에 있어서도 '대결에서 물러나기'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라고 되어 있습니다. (한편, 무명 NPC는 PC들에게 쓸려나가기 위해 존재하고, 이런 장면도 많이 넣으라고 되어 있어요. p.232) 이렇게 조연/주연 NPC 캐릭터가 물러났다 다시 대결하는 극적인 장면을 넣자면, 중장편 플레이가 되어야겠지요.




3. 기회 만들기 vs. 공격 액션


기회 만들기 액션으로 붙이는 상황 면모와 공격 액션으로 주는 타격은 아래와 같은 차이가 있습니다.


* 상황 면모 (기회 만들기 액션)

- 단기적: 대개 장면이 끝나면 사라짐. 

- 극복 액션 한 번으로 제거 가능


* 타격 (공격 액션)

- 장기적: 최소한 다음 장면까지 지속. 즉각적 제거 불가능.

- 타격 칸이 다 차면 대결에서 제거(무력화).


공격 액션의 결과로 피해를 받으면 이를 스트레스나 타격으로 흡수해야 하는데, 스트레스에 관해선 아래와 같이 설명하고 있습니다.


스트레스는 그 공격에 왜 제대로 맞지 않았는가를 나타내는 다양한 이유를 가리킨다고 보면 됩니다. 몸을 슬쩍 틀었을 수도 있고, 많이 다친 것 같지만 사실은 스쳤을 뿐일 수도 있고, 마지막 순간에 급히 몸을 날려 피하느라 숨이 찬 것일 수도 있습니다.


정신적인 대결이라면 스트레스가 모욕을 간신히 참았다거나, 본능적인 감정 반응을 억제했다거나 하는 것을 표현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스트레스 칸은 힘이 소진되어 가는 것을 나타내 줍니다. 공격을 계속 당하다 보면 언젠가는 더 이상 피해를 면하거나 무시할 수 없는 순간이 오는 것입니다.


이렇게 보면, 상대에게 결정적(지속적) 타격을 주려는 행동은 공격 액션이고, 대결 중에 일시적 우위를 얻고자 하는 행동은 기회 만들기 액션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 상대의 무기를 쳐서 날린다 = 기회 만들기.

- 상대의 팔을 벤다 = 공격.  

  - 스트레스로 흡수: 공격이 스쳐 지나감. 

  - 타격 [팔에 부상] - 회복 액션을 하고 1장면/세션/1시나리오 후 없어짐. 

 

식으로 볼 수 있습니다. 



한편 상황 면모든 타격 면모든 그 자체만으로 캐릭터를 대결에서 제거할 수는 없습니다. 즉, 행동을 완전히 봉쇄할 순 없습니다 (예: [전신 마비]). 그보다 [마비독이 퍼져간다] 등의 면모를 붙이고, 발현/역발현을 통해 개입하는 것이 더 적절할 것 같아요.


룰북에 나오는 예로는,

● 일시적 실명: 적의 눈에 소금이나 모래를 뿌리는 수법은 많이 나옵니다. 이러면 대상은 [실명] 면모가 붙게 되는데, 극복 액션으로 이 면모를 제거해야 비로소 시각을 이용하는 일을 할 수 있습니다. [실명]이 붙어 있는 동안은 이를 쉽게 역발현할 수 있으니, 상대가 운명점을 벌기 위해 이용할 수도 있다는 점에 주의하십시오.


● 무장해제: 상대의 무기를 날려 버립니다. 무기를 도로 주우려면 극복 액션을 해야 합니다.

가 있는데요. 대결 장면 중의 면모 역발현은 어떤 식으로 처리할지 좀 모호하네요. 역발현을 하지 않아도 시각을 이용한 행동은 못하는 거고, 역발현을 하면 "앞이 안보여서 근처에 있는 동료를 오인 공격합니다" 혹은 "적의 공격을 무방비로 얻어맞습니다"(방어 기능 무시) 라는 식인지... 룰북의 지침으론 "이 캐릭터는 _______한 면모가 있고, _______한 상황에 처해 있다. 그러니 불행히도, _______이 일어날 법하다." 라서 주변 상황 따라 봐야겠지만요. 




* 맺음말


페이트의 대결 시스템은 이야기의 극적인 완급을 위해 짜여져 있습니다. 이야기의 큰 맥락 속에서 '물러나기'와 '타격'이 의미를 갖고요. 대결 장면 내의 연출을 위해 기회 만들기와 상황 면모를 활용하고요. 다만, 대결 장면 안에서 상황 면모가 발현하지 않아도 갖는 상시적 효과랑 역발현 시 낼 수 있는 효과에 대해선 좀 헷갈리네요. 같이 의견 나눠주시면 좋겠습니다. 



참고

상황 면모 / 캐릭터 면모 활용하기

- [페이트 코어] 무엇을 면모로 다룰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