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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PG 연구실

TRPG와 극적 갈등

예전에 Session에 썼던 글인데 옮겨옵니다.




RPG에서 극적인 "갈등"은 플레이의 원동력이 되는 요소가 아닐까 합니다. 주인공이 겪는 난관과 고민이 없다면, 무슨 이야기가 재미있을까요. 문학 분야의 깊이있는 분석도 있겠지만, 여기선 제 나름대로 TRPG 플레이에 등장하는 갈등의 종류를 나누어 보겠습니다. 



1. 인물 vs. 장애물 


보통 모험물 RPG에서 가장 흔한 "갈등"입니다. 주인공을 위협하거나 주인공의 의지에 반하는 장애물로 싸워야할 적들, 함정, 악조건 및 외적으로 주인공과 충돌하는 "상황"이 포함됩니다.


이러한 갈등의 해결은 대체로 명료합니다. "주인공이 난관을 극복하고 뜻을 이루는 것"이죠. 주인공이 결국 장애물을 넘어서 승리해야 할 상황이라면 거의 이런 "도전" 류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을 듯 싶습니다. 결국 핵심은 "어떻게" 난관을 극복해내느냐가 됩니다. 전술적 과제인 셈이죠.


이런 갈등은, 대개 플레이어가 움직이는 주인공들의 앞길에 마스터가 "도전"을 던지는 식이 됩니다. 대개 주인공 일행의 공동과제가 되고, 어떻게 힘을 합쳐 장애를 극복하는지가 핵심이지요. 한편 이런 갈등은 대부분 마스터가 준비하는 비중이 큽니다. 



2. 인물 vs. 인물 


여러 인물들이 각자 "추구하는 목적"이 서로 충돌하는 갈등 상황입니다. 인물 간에 일어나는 갈등은 보다 다채로운 특성을 지닙니다. 특히 각자 나름대로 정당성을 지닐 때가 흥미롭지요. 대립하는 NPC가 등장해도 주인공이 정의의 편으로서 어떻게 밀어붙이느냐의 문제라면, 그저 격파할 장애물일 뿐입니다.


이런 갈등은 전개에 따라 한쪽이 다른 쪽을 설득하거나 굴복시킬 수 있습니다. 계속 맞서다 결국 폭력으로 해결될 수도 있지만, 이건 여러 가능성 중의 하나이지요. 또한 단순히 1:1 대립을 벗어나 3파전, 4파전으로 각자 입장이 다양할 수도 있고요. 플레이가 진행되며 대립 구도가 유동적으로 변할 수도 있습니다.


플레이 내에서 인물 간 갈등은 (1) PC 대 NPC 와 (2) PC 대 PC 로 나누어볼 수 있습니다. 특히 PC 대 PC 간의 갈등은 플레이어들이 능동적으로 참여할 여지가 많고 역동적인 편입니다. 다만 PC 간의 갈등이 극단적으로 귀결되면, 누군가 무대에서 내려와야 할지도 모른다는 점이 곤란하지요 (캠페인 결말부라면 문제없겠지만요). 한편 시노비가미나 인세인, 피아스코처럼 PC 대 PC의 대립 구도를 적극 활용하는 시스템의 예도 있습니다.



3. 내적 갈등


인물 내면 속에서의 갈등 역시 무척 흥미로운 부분입니다. 이건 다른 어떤 갈등보다 "정답이 없다"는 점에서 재미있죠. 내적으로 극복할 과제가 뚜렷한 경우에도, 이를 극복하고 성장할지 혹은 극복하지 못하고 이대로 남을지 양쪽 모두 가능성있고 흥미로운 선택일 수 있습니다.


종종 내적 갈등은 인물 간 갈등이나 다른 외부 상황이 계기가 되어 촉발됩니다. 보통은 다른 갈등이 일어나는 동안, 시간을 두고 점차 진행되어가는 꼴이 아닌가 싶습니다.


플레이에서는... 그 인물을 맡은 참가자 홀로 체험하는 부분도 있을테고, 이를 마스터와 다른 플레이어들이 협력해 플레이 속에서 표출시킬 수도 있겠죠. 플레이 속에서 공유되려면, 결국 그 인물에 대해 다른 참가자들이 공감하고 관여할 여지가 있어야 할테구요. 내적 갈등을 플레이에서 담아내는 방법에 대해선, 좀더 깊이있게 논의가 되면 좋겠군요^^ (인물 간 갈등도 역시...).




맺음말


D&D를 위시한 활극 모험물에선 대개 PC가 한 팀으로 외부의 장애물을 극복하는 1차적 갈등을 다루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인물 사이의 갈등이나 내적 갈등의 요소는 캐릭터를 더욱 돋보이게 하고 플레이를 풍성하게 해줄 가능성이 있다고 봐요. 팀의 취향과 지향점에 따라 이런 시스템과 플레이도 시도해보면 좋겠습니다.^^